오디오퀘스트 Robin Hood ZERO BiWire 매장전시품 판매합니다.
이번에 시청한 윌리엄 텔 제로+베이스 스피커케이블은 바이와이어링 전용이다. 앰프에 연결하는 단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단자만 갖췄지만,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에 연결하는 단자는 고역(HF)용 한 쌍(+,-)과 저역용(LF) 한 쌍(+,-)이 달렸다. 그렇다고 일부 제품들처럼 한 개 케이블에 단자만 4개 달린 게 아니다. 앰프 쪽 스플리터 이후에는 2개의 고역용 케이블과 저역용 케이블이 엄연히 독립돼 있다.
각 케이블의 스피커 쪽 플러그 하우징을 자세히 보면, 빨간색 고역용에는 ‘William Tell Zero’, 검은색 저역용에는 ‘William Tell Bass’라고 씌어있다. 이에 비해 앰프 쪽 플러그 하우징(스플리터)에는 그냥 ‘William Tell’이라고만 씌어있다. 한마디로 이번 바이와이어링 케이블은 윌리엄 텔 제로(고역용)와 윌리엄 텔 베이스(저역용) 케이블을 한 세트로 묶은 셈. 가격도 두 케이블을 정확히 더한 가격이다.
William Tell, 오디오퀘스트의 2019년 새 스피커케이블 라인업
오디오퀘스트는 올해 1월 미국 CES에서 새 스피커케이블 시리즈 2종을 선보였다. 이번 시청기가 속한 Folk Hero(포크 히어로. 민간 영웅) 시리즈와 그 상위 라인업인 Mythical Creature(미씨컬 크리처. 신화 속 동물) 시리즈다. 이로써 오디오퀘스트의 스피커케이블 라인업은 미씨컬 크리처, 포크 히어로, 트리(Tree), 플랫 록(Flat Rock), 로켓(Rocket), 스타쿼드(Star-Quad) 시리즈 순으로 짜이게 됐다.
Folk Hero Series(포크 히어로 시리즈)의 William Tell(윌리엄 텔) 라인. 왼쪽부터 William Tell Zero, Silver(Zero), Bass 모델
Folk Hero Series(포크 히어로 시리즈)의 Robin Hood(로빈 후드) 라인. 왼쪽부터 Robin Hood Zero, Silver(Zero), Bass 모델
Mythical Creature Series(미씨컬 크리처 시리즈)의 Dragon(드래곤) 라인. 왼쪽부터 Dragon Zero, Bass 모델
Mythical Creature Series(미씨컬 크리처 시리즈)의 FireBird(파이어버드) 라인. 왼쪽부터 FireBird Zero, Bass 모델
Mythical Creature Series(미씨컬 크리처 시리즈)의 ThunderBird(썬더버드) 라인. 왼쪽부터 ThunderBird Zero, Bass 모델
포크 히어로 시리즈에는 William Tell(윌리엄 텔)과 Robin Hood(로빈 후드) 라인이 있고, 두 라인 모두 풀레인지용 실버(Silver)와 제로(Zero), 저역전송에 특화한 베이스(Bass) 모델로 세분된다. 두 라인업 모두 바이와이어링 세트가 마련됐는데, 풀레인지용 실버와 제로를 고역 전송용 케이블로 투입한 점이 특징. 따라서 실버(고역)와 베이스(저역) 조합과 제로(고역)와 베이스(저역)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실버가 들어간 세트가 더 비싸다. 미씨컬 크리처 시리즈는 Dragon(Zero, Bass), FireBird(Zero, Bass), ThunderBird(Zero, Bass) 순으로 짜였다.
새 포크 히어로와 미씨컬 크리처 시리즈의 핵심은 크게 3가지. 1) 스피커케이블의 특성 임피던스(Character Impedance)를 제거하는 ‘Zero Technology’(제로 테크놀로지), 2) 접지 노이즈를 제거하는 GND(Ground-Noise Dissipation) 테크놀로지, 그리고 3) 이 두 기술이 각각 적용된 풀레인지 케이블(Silver, Zero)과 저역용 케이블(Bass)로 바이와이어링 세트가 마련된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 실제 시청 시 압도적인 음질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이 적용된 2개 케이블로 바이와이어링을 했기 때문이다.
William Tell Zero 케이블
윌리엄 텔 제로 스피커는 독자적으로 풀레인지(싱글 와이어링)로 쓸 수도 있고, 베이스 케이블과 결합해 바이와이어링으로 쓸 수도 있다. 베이스 케이블이 그라운드 노이즈를 제거한 GND 기술이 투입됐기 때문에 두 케이블로 바이와이어링을 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낸다는 게 오디오퀘스트 설명. 이에 비해 베이스 케이블은 GND 기술을 통해 RF(라디오 주파수) 같은 고주파 에너지를 제거하므로 단독(싱글 와이어링)으로 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윌리엄 텔 제로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도체에 단선(Solid) 형태의 동선 6가닥, 쉴드에 카본을 쓴 스피커케이블이다. 오디오퀘스트 스피커케이블 상위 모델에 어김없이 포함되는 배터리팩 72V DBS도 스피커 쪽 스플리터 부근에 매달려 있다. 단자는 시청 모델처럼 앰프 쪽은 스페이드 플러그, 스피커 쪽은 바나나 플러그가 기본이지만 선택 주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단자와 선재 접합은 냉간 용접(cold welding)으로 이뤄졌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도체는 플러스, 마이너스 모두 오디오퀘스트에서 PSC+(Perfect Surface Copper+)라고 이름 붙인 동선 6가닥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비해 실버 모델은 PSC+ 동선 4가닥에 PSS(Perfect Surface Silver) 은선 2가닥, 베이스 모델은 PSC+ 동선 6가닥에 LGC(Long Grain Copper) 동선 3가닥을 추가했다. 연선(Strand) 대신 단선(Solid)을 쓰고, 단선 표면을 매끄럽고 깨끗하게 마감했을 때(Perfect Surface) 음질이 더 좋다는 것이 오디오퀘스트의 주장이다.
쉴드는 멀티 레이어 형태의 카본. 여기에 독자 개발한 카본 네트워크를 추가해 RF 노이즈를 열로 바꿔준다고 한다(NDS. Noise Dissipation System). 오디오퀘스트에서는 고조파 하모닉스와 공간 정보를 담고 있는 로우 레벨 신호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RF 노이즈를 지목하고 있다. 72V 배터리 팩에 새로 RF 트랩 기술이 투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DBS(Dielectric Bias System)
배터리 팩은 원래 1) 케이블 인슐레이터(절연체)에 강한 DC 전압을 가해(바이어싱), 2) 강력하고 안정적인 전자기장을 만들고, 3) 절연체가 유전체(dielectric)로 변질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4) 인슐레이터로 인한 시간 및 위상 지연 같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4년에 도입됐다. 배터리 팩에 DBS(Dielectric Bias System)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끝으로 이번 포크 히어로 시리즈와 미씨컬 크리처 시리즈에 새로 투입된 ‘Zero Characteristic Impedance Technology’(제로 테크놀로지)다. 오디오퀘스트에 따르면 스피커케이블에 고유한 특성 임피던스(characteristic impedance)를 말 그대로 ‘제거’함으로써 케이블의 고역쪽 트랜지언트 특성과 저역의 다이내믹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고정 값인 특성 임피던스가 정말 제거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오디오퀘스트 수석 엔지니어 가스 파웰(Garth Powell)에 따르면 신호선(+)과 리턴선(-)을 각각 철저하게 쉴딩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William Tell Bass 케이블
외관만 놓고 보면 저역용 윌리얼 텔 베이스 케이블은 스플리터 색깔이 다를 뿐 DC 배터리 팩과 피복, 단자 등은 제로 케이블과 똑같다. 카본 쉴드와 네트워크를 통해 RF 노이즈를 제거하는 NDS 테크놀로지도 그대로 투입됐다. 하지만 제로 케이블이 단독으로 싱글 와이어링(풀레인지) 케이블로 쓸 수 있지만, 베이스 케이블은 오로지 바이와이어링 시스템에 파트너로 투입, 저역(중저역)만을 전송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베이스 케이블에 위에서 잠깐 언급한 GND(Ground Noise Dissipation) 테크놀로지가 투입된 것과 관련이 있다. 오디오퀘스트에 따르면 GND는 접지 노이즈뿐만 아니라 RF나 EMI(전자기장 간섭) 노이즈까지 없애주는 기술. 이 과정에서 10kHz 이상의 오디오 대역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즉 앰프 출력 성분 중 고주파 에너지를 제거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바이와이어링 음질 이득에 대한 이론적 근거
이번 윌리얼 텔 제로+베이스 스피커케이블을 시청하면서 필자에게는 계륵과도 같았던 ‘스피커 바이와이어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바이와이어링(bi-wiring)은 잘 아시는 대로 2개의 케이블이 각각 스피커 고역(HF) 단자와 저역(LF)에 물림으로써 고역과 저역 신호가 한 케이블에 흐를 때 발생되는 인터모듈레이션(혼변조. IMD)을 감소시켜준다. 외국 측정 결과에 따르면 저역 케이블보다는 고역 케이블에서의 IMD 완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바이앰핑(bi-amping)은 2개 케이블이 각각 스피커 고역과 단자에 점퍼선 없이 물리는 것은 바이와이어링과 동일하지만, 앰프도 고역용과 저역용, 2채널이 동원되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저역 우퍼에서 발생하는 역기전력(counter electromotive force)으로 인한 폐해도 싱글 와이어링은 물론 바이와이어링 때보다 더 크게 줄일 수 있다. 싱글 와이어링은 고역과 저역을 한 신호선(+)에서 동시에 보내기 때문에 역기전력 피해가 가장 크고, 바이와이어링은 싱글 와이어링보다는 역기전력 차단 효과가 높지만, 역기전력이 결국 케이블을 타고 ‘원 채널’ 앰프로 들어가기 때문에 바이 앰핑보다는 그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번 윌리엄 텔 제로+베이스 케이블이 여느 바이와이어링 케이블이나 동일한 케이블을 2조 동원했을 때보다 체감상 음질이 나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그 핵심은 두 케이블의 리턴선(-)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한 케이블 신호선(+)에 고역과 저역 신호가 모두 전송되는 것은 싱글와이어링과 같지만 트위터와 미드우퍼 보이스 코일을 지나 앰프 쪽으로 되돌아가는 리턴선(-)이 각각 고역과 중저역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싱글 와이어링은 리턴선에도 고역과 중저역이 동시에 흐른다.
때문에 바이와이어링 케이블은 이론상 고역과 저역 담당 케이블의 물성이 서로 다른 게 음질 면에서 유리하고 이는 이번 ‘제로+베이스’ 두 조합으로 이뤄진 윌리얼 텔 바이와이어링 케이블 시청에서도 체감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GND 기술을 통해 접지 노이즈와 고주파 RF 노이즈를 제거한 베이스 케이블이 저역 전송에서 강점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디오퀘스트에서도 제로 케이블 2조로 바이와이어링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RF 노이즈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AB 테스트
Aspen(싱글 와이어링) vs William Tell Zero+Bass(바이와이어링)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오디오퀘스트에서 아무리 특성 임피던스를 제거하고 GND 기술을 통해 접지 및 RF 노이즈를 제거했다고 해도 실제 들어봤을 때 차이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심하게 말하면 베이스 케이블을 추가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로+베이스 케이블 시청은 여느 때보다 귀를 쫑긋 세워 테스트에 임했다.
비교 상대는 오디오퀘스트의 Aspen(아스펜) 싱글 와이어링 케이블. 가격으로 따지면 윌리얼 텔 제로+베이스 케이블은 물론 제로 케이블보다 싸고 베이스 케이블보다는 비싸다. 아스펜(백양나무)이 속한 트리(Tree) 시리즈에는 이 밖에 레드우드(Redwood. 삼나무), 오크(Oak)가 포진했는데 플래그십 레드우드는 윌리얼 텔 실버보다도 2배 가까이 비싸다.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이뤄진 시청에는 웨이버사의 새 DAC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 WDAC3C, 일렉트로콤파니에의 프리앰프 EC4.8과 스테레오 파워앰프 AW250R, B&W의 802 D3 스피커를 동원했다. 룬(Roon)으로 평소 자주 듣던 타이달과 코부즈, NAS 음원을 들었다.
L’Orchestre de Contrebasses -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저음왕)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
먼저 아스펜 싱글 와이어링 케이블로 들었다. 악기들의 입체감과 묵직하고 탄력감 넘치는 저역, 큼지막하게 펼쳐진 무대 등 불만이 없다. 802 D3 유닛들의 존재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역의 트랜지언트 능력도 쏜살같다. 윌리엄 텔 바이와이어 케이블로 바꾸면서 더 이상 나아질 수 있을까 싶었다. 뚜렷한 음질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원고 작성은 길고도 험난할 것이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케이블 교체 후 첫 음이 나오는 순간, 스탠딩 베이스 현의 질감 자체가 달랐다. 저역의 밀도감과 볼륨감이 늘어서인지 음량도 늘어난 것 같다. 여기에 에너지감과 스피드, 이 곡에 스며든 남자다운 기세, 배경의 정숙함마저 늘어났다. 연주자들이 제대로 마음먹고 보란 듯이 연주를 하는 것 같다. 아까는 그냥 연주음이 흘러나오는구나 싶었지만, 지금은 가슴이 뛴다. 한마디로 전혀 다른 곡이 돼 있었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 Symphonies Nos. 5, 8 & 9; Suite From "Hamlet" (Live)
오케스트라 음이 야위거나 수척하지 않은, 귀에 아주 익숙한 음이 나왔다. 하지만 윌리엄 텔 바이와이어 케이블에 대한 학습효과나 잔상 때문일까. 저역이 이상하게 덜 나온다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고역이 아주 조금이나마 도드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스피커 유닛들의 존재가 귀에 거슬리는 등 시청하는 내내 집중이 안 됐다. 그러다 케이블을 교체하니, 일단 음량과 기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트럼펫이 쭉쭉 뻗는 모습을 보니 제로 케이블이 고역의 해상도와 에너지감을 한껏 드높인 것으로 보인다. 관악은 싱글 와이어링 때보다 힘차고, 배경 역시 훨씬 더 깜깜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음질 상승효과가 마치 파워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화면은 계속해서 4K UHD이지만 HDR(Hyper Dynamic Range)을 새로 적용시킨 듯하다. 그만큼 색채감과 강약 대비가 늘었다. 오디오퀘스트의 주장처럼 로우 레벨 신호가 상처받지 않고 전 대역에서 스멀스멀 살아 숨 쉬는 모습. 덕분에 훨씬 생생하고 싱싱한, 그러면서도 고역이 소란스럽지 않은 재생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Carlos Kleiber, Bayerisches Staatsorchester
Libiamo Ne’lieti Calici
Verdi La Traviata
오케스트라는 아래에, 터네는 뒤쪽 오른편 위에 자리 잡은 모습이 잘 그려진다. 리퀴드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테너 보컬도 매력 만점인 상황. 하지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코러스가 왠지 테너와 소프라노와 뒤범벅이 되는 것 같다. 평소 일렉트로콤파니에 파워앰프에 바이와이어링으로 언결된 스피커 소리를 워낙 많이 들은 탓에 그 음에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른다. 처음 저음왕 트랙을 AB 테스트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였지만, 이 곡부터는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윌리엄 텔로 바꾸자 오케스트라 단원 수가 단번에 늘어났고 좀 더 필자 쪽으로 다가왔다. 아까 필자와 오케스트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유리창을 깨끗이 닦았거나 아예 치워버린 느낌. 테너 목소리에도 훨씬 더 많은 기합이 들어갔고 음도 매끄러워졌다. 무엇보다 코러스가 이제는 확실히 뒤에서 들린다. 코러스가 마침내 알프레도(플라시도 도밍고)와 비올레타(일레나 코트루바스)를 방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밖에 소프라노의 호흡이 더 잘 관찰되는 점, 오케스트라의 여린 음들이 더 잘 들린 점도 강조하고 싶다.
Curtis Fuller - Oscalypso
The Opener (Remastered)
싱글 와이어링으로 들었을 때만 해도 무대 왼쪽에서 나오는 트롬본과 색소폰 소리가 잘 구분된다고 느꼈다. 연주자의 호흡이 관을 통과할 때 일으키는 마찰음이 확실히 트롬본이 더 많게 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와이어링으로 바꾸자 얼굴이 벌개졌을 정도로 큰 자괴감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트롬본만 연주하다가 나중에 색소폰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자 잘못 짚은 번지수였다. 아예 처음부터 두 악기가 동시에 등장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이다. “유레카”라고 외칠 만큼 재미있고 신기한 체험이었다. 이들보다 오른쪽 뒤에 있는 피아노 반주음도 아까보다 잘 들리고, 독주 파트에서는 고역의 청명함이 도드라졌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인 드럼 솔로의 기세와 탄력감은 거의 비교불가 수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체 시스템의 파워케이블을 2,3배 좋은 것으로 바꾼 듯했다. 잡내가 확 가신 것은 물론 의기소침함, 소심함 이런 것 없이 시원시원하고 분명하게 연주하는 모습이다.
총평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시청이 있다. 특히 향후 개인적인 오디오 라이프에 도움이 되는 기기나 새 이론과 기술을 알게 됐을 때 그렇다. R2R DAC의 그 묵직하고 진지하며 촘촘한 세계를 처음 접했을 때가 그랬고, 아날로그 음반의 EQ 커브를 제대로 보정해 확 달라진 소릿결을 느꼈을 때가 그랬다. 코드사의 업스케일링 기술, FM 어쿠스틱스의 하모닉 리니어라이징 기술, 웨이버사의 WAP 프로세서와 WNDR 프로토콜 성능에도 크게 감탄했던 바다.
이번에는 바이와이어링이라는 세계다. 필자가 지금까지 계륵이나 신 포도 취급을 했던 아이템인데 윌리엄 텔 제로+베이스 케이블을 들어보면서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 게다가 집에서 메인으로 쓰는 앰프가 바이와이어링을 위해 바인딩 포스트를 채널당 2조씩 갖춘 데다, 스피커까지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니 그냥 있기에는 벌써부터 좀이 쑤신다. 바이와이어링을 하려면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케이블 모델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이번 시청을 통해 박살 났다.
물론 오디오퀘스트가 주장하는 일부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기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직접 AB 테스트한 결과가 이 같은 의심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린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거나 바이와이어링의 신세계를 체험하고 싶은 애호가들, 그리고 스피커 유닛을 제대로 구동하려면 액티브 크로스오버에 멀티 앰핑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믿는 분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비단 이 제품이 아니어도 스피커 바이와이어링은 꼭 테스트해보시길 바란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