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8일 토요일

**스펜더(Spendor)** SP1/2R2 하이파이 클럽 리뷰!!


이번에 리뷰를 위해 만난 스펜더 SP1/2R2는 참 오랜 역사를 가진 제품이다. 멀리는 BC1이라는 모델로 이어지는데, 이 제품이 1969년에 개발된 것을 감안하면 무려 40년 이상이나 롱런하는 경우라 하겠다. 물론 그 사이 몇 차례 개량이 이뤄지는 바, 그 연대기를 추적하면 다음과 같다.

- BC1 : 1969~1983년

- SP1 : 1983~1990년

- SP1/2 : 1990~2007년

- SP1/2R : 2007~2010년

- SP1/2R2 : 2010년 이후


본 리뷰에 등장하는 최종 버전은 5세대째에 해당하며, SP라는 이니셜이 붙은 것으로는 4세대째에 이른다. 그러나 BC1부터 시작한 3웨이 포맷에 똑같은 사이즈 등을 감안하면, 한 시대를 빛낸 BC1의 찬란한 유산을 계승한 제품이라 하겠다.



마침 최근에 「하이파이 초이스」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어서 소개하겠다. 우선 본기를 보면 세 개의 유닛이 등장하는데, 내용을 보면 맨 위의 유닛이 일종의 슈퍼 트위터 역할을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스펙을 살피면 고작(?) 13kHz~20kHz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통상의 슈퍼 트위터라고 하면 20kHz부터 시작해서 30이니 40이니 위로 쭉 올라가는데, 본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래서 트위터라는 녀석의 스펙을 살펴봤다. 2.8kHz~13kHz 사이를 커버한다. 만일 마음을 달리 먹었다면 트위터의 고역 특성을 살려서 충분히 20kHz까지 담당하게 만들 수 있고, 그렇다면 보다 심플한 2웨이 구성도 가능해진다. 그런데 왜 굳이 고역을 두 개의 트위터로 나눠놨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위의 기사에서 얻을 수 있었던 바, 글을 쓴 지미 휴즈(Jimmy Hughes)란 인물은 40년 경력이 넘는 오디오파일로서 BC1의 출생 당시에 이미 제품을 구입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 미스터리를 푸는 데 좋은 단초를 제공한다.

휴즈에 따르면, 처음 BC1이 나왔을 땐 2웨이 스펙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잠시 후 슈퍼 트위터를 추가한 버전이 나왔는데, 여기엔 사연이 있다. 영국이란 나라는 무거운 세금으로 유명해서 메이커로선 어떻게 하던지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영국의 법에 따르면 전문가용 스피커, 그러니까 스튜디오 모니터나 방송국용으로 제작된 것은 구매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이에 부합하기 위해선 크게 두 개의 항목 중 하나는 통과해야 한다. 우선 3웨이 스피커야 하고, 만일 유닛 하나짜리라면(탄노이의 경우) 최소 12인치 이상의 구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C1에 슈퍼 트위터가 추가된 바, 자연스럽게 구매세를 피하게 되었다. 덕분에 70년대 초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는 바, 스펜더라는 작은 회사를 일약 세계적인 메이커로 군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BC1은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바, 여기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스피커는 당시 영국에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군림하던 쿼드의 ESL를 능가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러기 위해 미드 베이스를 담당하는 유닛에 벡스트렌(Bextrene)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도입한 바, 이로써 보다 자연스럽고 중후한 음이 나오게 되었다. ESL이 가진 해상력에다 이런 무게감을 얹었으며 또 드라이빙도 쉽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늘 안개가 끼고 우수에 찬 영국 날씨의 그레이한 기분이 은근히 담겨 있어서, 그 깊은 맛을 알게 되면 이 스피커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바뀌고, 더욱 더 까다로운 성능을 요구하게 된 바, 스펜더 측에서도 1983년에 SP1을 개발하면서 보다 정확하고, 반응이 빠른 내용을 갖추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1982년에 CD가 나온 이후, 업계는 빠르게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게 되었다. 따라서 아날로그 시대의 기준으로 스피커를 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SP1의 변천사를 보면 벡스트렌을 사용한 중저역 유닛에 변화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즉, 폴리프로필렌 계열로 내용이 바뀌어 보다 반응이 빠르고, 정교하며, 댐핑 능력이 뛰어난 음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 전통은 본기에까지 이어져 현재는 폴리머 콘을 사용하는 데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본기가 완전히 스튜디오 모니터 스타일의 차갑고, 무기질적인 소리로 바뀐 것은 아니다. 역시 BC1 특유의 맛과 개성은 지닌 채 보다 다이내믹하고, 투명한 음으로 진화해간 것이다. 영국 하면 보수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미 구매세에 관한 여러 항목이 사라진 지금도 3웨이 형식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음에 관해서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고역부를 짚고 넘어가자. 미드베이스는 21cm 구경의 드라이버가 동원된 것을 감안하면 두 개의 트위터를 사용한 것이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보인다. 이것은 순전히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통상 쓰이는 1인치 구경의 트위터로 매칭했을 때 에너지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물론 에너지 밸런스라는 용어는 없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고민해서 만든 조어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21cm 구경의 미드베이스와 1인치 트위터로 대역 분할을 하고, 크로스오버를 통해 음량을 고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정작 음악을 틀면 어딘지 위화감이 나올 수 있다. 구경의 사이즈나 뻗는 힘 등 기본적인 물리적 특성을 절대로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21cm 구경의 미드베이스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 고역부에서도 나름대로 에너지를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앙에 달린 트위터로 말하면 38mm 구경이고, 그 위의 수퍼 트위터는 22mm다. 모두 1인치 구경보다 사이즈가 크다. 약 8인치가 넘는 미드베이스와 에너지 밸런스가 맞는 조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필자만의 추측이라 이게 맞다고 단언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오른다. 과연 2007년에 개발된 SP1/2R과 무엇이 다른가? 그 사이 스펜더는 SA 및 ST 라인을 새롭게 개발했다. 본기는 클래식 라인에 속하는 제품으로, 아무래도 과거의 유산에 집착하는 면이 있는 반면, 다른 시리즈는 몰라보게 현대적이다. 와이드 레인지하고 스피드도 빠르다.

이런 장점을 어떻게 하든 클래식 시리즈에 투입하고자 노력한 결과 본기가 탄생한 것이다. 보통 한 제품을 개발하면 라이프 사이클이 긴 스펜더지만, 이번의 경우 이례적일 만큼 신제품 개발이 빨랐다. 그 만큼 SA 및 ST 시리즈에서 얻은 노하우에 자신했던 것이리라.


그 외에 더욱 타이트하게 페어 매칭을 한 슈퍼 트위터라던가 댐핑을 보강한 캐비닛 설계, 컬러레이션을 더 줄인 프런트 패널의 만듦새 등 세밀하게 파고 들면 그 내용이 상당히 풍부하다. 그러면서 스펜더만의 맛과 개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한 배려도 곳곳에 넘쳐난다. 한마디로 온고지신의 지혜가 녹아든 것이다.



사실 그간 스펜더와 좋은 매칭으로 정평이 있는 것은 네임 오디오 계열이다. 예전에 필자도 네임의 작은 인티 앰프에 역시 2웨이 북셀프의 스펜더를 물려 한동안 열락의 세월을 즐긴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매칭은 워낙 FM이다 보니, 이번에 새로운 조합을 찾고 싶었다. 덕분에 에밀레의 참이란 모델과 바쿤의 앰프 5513이 동원되었다.

둘 모두 엄청난 출력을 가진 앰프들이 아니지만, 다행히 본기는 앰프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구동에 큰 무리가 없었다. 참고로 본기의 감도는 88dB지만, 꾸준히 8옴을 유지하고 어지간한 경우에도 7옴 밑으로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나중에 3극관 싱글 앰프와 매칭하고 싶기도 하다.


참고로 시청 CD는 최근에 필자가 편집한 의 재즈 및 클래식 편에서 골랐다. 그간 자주 사용한 음원을 골고루 담은 터라, 본기를 평가하는 데 아주 유용했음을 밝힌다. 소스는 블라델리우스의 엠블라.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니네 얀센

- 조수미 <도나 도나>

- 오스카 피터슨

- 조지 벤슨


우선 얀센을 듣고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주 포인트가 되는 바이올린의 음색에 활기와 청량감이 넘치는 것이다. 묘한 관능미도 아울러 담겨 있다. 아주 씩씩하고, 약동감 넘치는 플레이를 들려주는 바, 종이 되는 오케스트라가 잘도 따라온다. 확실히 악단을 장악하고, 악상을 리드해간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고역으로 한없이 치솟을 때에도 음이 얇아지거나 여위는 법이 없다. 고역부에 두 개의 유닛을 배치한 효과라고 할까?

조수미의 경우, 기타의 공명통 울림이 풍부하게 나오고, 저역을 담당하는 더블 베이스가 퉁퉁 치는 모습이 여유만만하다. 조수미의 보컬로 말하면 한없이 감미로우면서도 뱃심이 느껴져 상당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이엔드 제품들이 해상력에 몰두한 나머지 음이 다소 얇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본기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이런 음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스카 피터슨의 연주는 우선 열기를 재생하는 쪽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플레이하는 뮤지션들의 초상이 제대로 그려진다. 세 악기의 위치나 연주자가 흥얼거리는 모습 등 기본적인 정보량은 커버하면서, 이 열기를 그려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또 너무 분석적으로 음을 내기보다는, 전체의 컴비네이션을 묘사하는 데에 뛰어나서 세 악기가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지 벤슨의 연주는, 말 그대로 그루비하고 어씨한 느낌이 다가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미국산 스피커들이 강점을 갖는다. 그럼 영국 신사가 그리는 벤슨의 모습은 어떨까? 다소 우아하고, 사려 깊은 느낌이라고 할까? 음을 마음껏 발산하기 보다는 골고루 밸런스 있게 다듬어서 일종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브라스 군이 튀어나올 때나 깁슨 기타 특유의 굵은 톤으로 솔로할 때의 맛이 확실히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해석도 나름대로 흥미롭고, 관심을 갖게 한다. 이번에 듣지는 않았지만, 아트 록 계열을 건다면 나름대로 매력이 넘치는 음이 나오지 않을까 판단되었다.


Specification

De=scription 3-way standmounting loudspeaker

Enclosure type Reflex

SHF drive unit 22mm wide-surround dome with fluid cooling

HF drive unit 38mm softdome with copper shaded pole

LF drive unit Spendor 210mm polymer cone

Sensitivity 88dB for 1 watt at 1 metre

Crossover point 2.8 kHz, 13kHz

Frequency response 55 Hz to 20 kHz ± 3dB anechoic

Typical in-room response -6dB at 55 Hz

Impedance 8 ohms nominal

Impedance minimum 7 ohms

Power handling 150 watts unclipped programme

Terminals Gold 2/3 way binding posts bi-wired

Cabinet (HxWxD) 635 x 300 x 300mm

Finish cherry

Weight 18 kg each

Stand height 350-450mm (not supplied)


[Spendor] SP1/2R2 **스펜더 (Spendor)** 클래식 시리즈 스피커 SP1/2R2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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