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1일 수요일

Audiophysic VIRGO 25 PLUS 리뷰!!!

어느 지식인의 서재 Audiophysic VIRGO 25 PLUS

• 작성자 : 이종학    


지금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처음 오디오 평론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신기했던 시절, 같이 평론을 쓰는 노교수 한 분이 날 초대한 적이 있었다. 평소 술을 즐겨하시고, 누구에게나 깍듯하게 대하는 이 분을 평소 나는 적잖이 흠모했는데, 어쨌든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쾌히 집에까지 초대한 것이다. 과연 아파트 한쪽 방에 설치된 서재엔 각종 원서가 가득해서 주눅이 들 정도였고, 애주가답게 와인이며 위스키, 코냑 등이 가득한 진열장 또한 멋이 넘쳤다. 과연 대학 교수다운 방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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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난생 처음 보는 스피커였다.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폭이 좁고, 안길이가 깊어서 아주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시청을 부탁하니, 쾌히 승낙하시며 본인이 즐겨하는 음악을 틀어주셨다. 주로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 계열이었는데, 골격이 단단하고, 음장이 넓으며, 중립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음이 나왔다. 조금씩 교수님께서 권하시는 와인에 취해갈 수록, 음도 더 마력적으로 변했다. 바로 그 스피커가 비르고이고, 독일 오디오란 게 이런 특징을 갖고 있구나 처음 절감한 순간이었다.

이윽고 본격적으로 평론하면서 뮌헨이며 라스 베가스를 방문할 때마다 비르고를 만났다. 그러나 쇼의 성격상, 이른바 특종이라는 면에서 비르고는 아니올시다였다. 늘 비슷비슷한 크기에 조용한 음으로 전시되어 있으니까. 아무래도 집채만한 스피커가 득실거리는 행사장에서 외면받기가 딱 좋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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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남고, 한가롭게 돌아다니게 되면 꼭 비르고 부스를 방문했다. 조금씩 과거의 심심하고 중립적인 소리에서 스위트하면서 매혹적인 음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다. 오디오파일이 좋아하는 소리는 바로 이런 쪽이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 것이다. 
이제 시간이 한참 흐르고, 그간 인연이 없었던 비르고를 이번에 만나게 되니 갑자기 여러 단상이 스쳐 지나간다. 현재 이 교수님은 은퇴해서 어느 시골에 칩거하고 계시단다. 평소 강의하랴 사람 만나랴 바쁜 와중에 제대로 하지 못한 공부를 이번에 원을 풀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개 많은 사람은 뭐가 되기 위해 공부하지만, 진정한 학자나 지식인은 오로지 학문을 위해 공부한다. 아마 그 집에도 여전히 비르고가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자, 본 기는 비르고에겐 매우 의미심장한 모델이다. 25 플러스라는 명칭이 붙은 바, 앞의 25는 창업 25주년을 기념하는 숫자요, 플러스는 거기에 다시 개량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비르고는 25와 25 플러스가 있는데, 플러스 버전이 더 상위라고 보면 된다.처음 비르고가 선을 보인 것은 1990년이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이 이뤄진 바, 버전 2와 3가 그에 해당한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25라는 특별한 넘버를 달고 나왔다. 아무튼 그간 경험을 보면, 스피커라는 존재는 계속 만들 수록 그 디테일이나 퍼포먼스가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정도 세월 동안 만졌다면, 그 안에 엄청난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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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비르고, 비르고 하다 보니, 비르고가 무슨 스피커 메이커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것은 모델명인데, 워낙 유명하다 보니 독자적인 이름으로 널리 퍼진 것이다. 제조사는 오디오 피직스(Audio Physics)로, 독일 북서부 브릴론이라는 도시에 근거하고 있다. 인근에 꽤 오디오 회사가 많은 바, 그에 따른 부품 조달이나 인적 자원의 확충이 비교적 용이하다 하겠다. 특히,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 등 공업 도시가 근처에 있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으로 지적할 만하다.

한편 동사를 주재하는 메인 디자이너 만프레드 디스터티히(Manfred Diestertich)란 분은, 이렇게 엄청난 스피커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별로 나서지 않는 스타일같다. 그간 많은 쇼를 다니면서 이 부스를 구경하고 여러 저널로도 접했지만, 얼굴 내미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전형적인 엔지니어 타입이 아닐까 추론해본다. 그러나 회사의 정책을 보면 과학적인 분석이나 탐구와 더불어 리스닝 테스트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과학과 예술이라는 두 부문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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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오디오 피직스는 독자적인 드라이버 개발을 중시해왔다. 스스로 만드는 공장까진 갖고 있지 않지만, 중요한 메이커와 연계해서 함께 만드는 쪽으로 일해 온 것이다. 덕분에 과거 모델을 보면 동축형 유닛을 장착한 스피커도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부분에 많은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HHC”라 명명된 트위터 및 미드레인지가 갖는 위상이 대단하다. 이것은 “Hyper Holographic Cone”이라는 뜻으로, 처음 내가 비르고를 만났을 때 경험했던 음장감의 원천도 바로 이런 유닛을 기반으로 했던 모양이다. 현재는 버전 2까지 진화했다.

 
여기서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비파(Vifa)에서 수석 엔지니어를 하다가 독립해서 웨이브코(Wavecor)라는 회사를 차린 알란 이작센(Allan Isaksen)과 협력 개발한 부분이 돋보인다. 즉, 최신의 기술로 무장한 엔지니어를 특별히 픽업해서 최상의 솔루션을 찾아낸 것이 바로 HHC-2인 것이다. 당연히 동사의 플래그쉽인 카르데아스에 장착이 되었고, 비르고에도 역시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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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의 개량 포인트 중의 하나가 강력한 마그넷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보이스 코일의 신설계도 포함되어 있다. 이전에는 글래스와 플래스틱 소재를 합한 물질을 썼는데, 이번에는 알루미늄 선을 동으로 도금한 것을 썼다. 그만큼 스피디하고, 디스토션이 적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한편 이와 관련되어 아주 특별한 캐패시터를 붙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에 있는 클래어리티캡(ClarityCap)에 특주한 것인데, 스피커에서 네트웍의 중요성이라던가,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의 퀄리티가 갖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금세 수긍할 것같다.

본 기는 폭이 좁고, 안길이가 깊은 모양새다. 게다가 양쪽 사이드에 우퍼가 나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 스피커의 디자인 중 이런 컨셉이 갖는 장점이 많다고 본다. 우선 벽이나 창에 반사되어오는 음의 영향을 줄일 수 있고, 스피커 주변의 정재파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아주 넓고 깊은 음장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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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프론트쪽을 보자. 중고역 유닛이 달린 윗부분은 무려 1Cm 두께의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붙였는데, 당연히 드라이버와의 접속력이 좋아지고, 진동에 강하게 된다. 특히, 돔 주변을 둥그렇게 네트로 처리해서 보다 명료한 음을 추구한 트위터나 분할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페이즈 플러그를 장착한 미드레인지 등, 하나 하나씩 살펴보면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기술들이 많다. 스피커를 자작하려는 분들이라면 꼭 공부해야 할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다소 호화로운 라인 업이 동원되었다. 프리 파워 앰프는 다질 세트로 하고 소스는 플레이백의 MPS-5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케이블은 헤밍웨이의 상급기를 썼다. 과연, 이 스피커에서 뽑을 수 있는 최상의 음이 나와 시청 내내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사라사테 《치고이네르바이젠》 안네 소피 무터 (바이올린)
-림스키-코르사코프 《Dance of the Tumblers》 에이지 오우에 (지휘)
-나윤선 《초우》
-오스카 피터슨 《You Look Good to Me》

 
첫 곡으로 들은 사라사테. 우선 초동에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에 일체 군더더기가 없고, 적절한 저역의 양감도 들려준다. 무터의 연주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빛나고, 악단 전체를 힘 있게 끌고가는 인상이다. 빠른 패시지에서 꿈틀꿈틀거리는 다양한 음의 향연은, 마치 바이올린에 귀를 바싹 들이댄 것 같다. 그 뒤에서 백업하는 오케스트라의 사이즈도 적당하고, 스피드도 준수하다. 우려했던 중고역과 저역의 위화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단아하고, 또렷하며, 세심하다. 그러면서 독일 오디오 특유의 단단한 골격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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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들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은, 그간 오디오 쇼에서 많이 틀었기 때문에 익숙한 작품이다. 의외로 스케일이 크고, 무대가 넓어서 놀랐다. 또 박력 넘치는 저역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중고역의 매력은 특필할 만하다. 그렇다고 너무 쨍하거나 혹은 반대로 어둡지 않다. 아주 적절한 음영을 갖고, 개개 악기의 개성과 컬러를 정치하게 묘사한다. 특히, 투티에서의 폭발력은 가슴이 다 후련할 정도.

 
나윤선의 노래는 평소 좋아하는데, 여기서 재생되는 음엔 묘한 매력이 있다. 처연한 피아노 반주를 받으며 깊은 슬픔을 간직하고 부르는 노랫결엔, 깊은 노스탤지어와 시정이 서려있다. 이쪽에서는 그냥 눈을 감고 소파에 푹 파묻히게 한다. 분명 다이내믹스와 해상도 등 오디오적 쾌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절대로 과시하지 않는다. 그 깊은 내공에 점차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연, 지식인이 사랑할 만한 스피커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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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들은 오스카 피터슨. 혼 타입 스피커에서 내는 뜨거운 열기나 박력과는 좀 거리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정교치밀한 묘사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특히, 두툼하게 몰아치는 더블 베이스와 가볍게 바닥을 치는 킥 드럼 또 사려깊게 터치하는 피아노까지, 세 악기의 개성과 음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이렇게 대역뿐 아니라 악기간의 밸런스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서 과연 본 기의 진짜 매력이 나온다. 정말 한번 들이면 소중하게 아껴가며 사용할 만한 스피커라 하겠다.

Specification
Dimensions 1055mm H x 230mm W x 400mm D
Required Space Width x Depth 370x470 mm / 11.4x16.9"
Weight 32 kg
Recommended amplifier power 30-180 W
Impedance 4 Ohm
Frequency range 32 Hz - 40 kHz
Sensitivity 89 dB
Audio Physic VIRGO 25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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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보이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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