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n(루민)★ LUMIN T1 세계 최초의 DSD 스트리밍 플레이어
www.kingsound.co.kr
어떤 분야든 ‘최초’라는 타이틀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이슈와 수식어를 낳기 마련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히말라야 등반, 최초 달 착륙 등등 우리 주변에 최초로 일어나는 일들은 진부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며 역사책의 맨 첫 페이지를 장식하며 자극제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이제 1세기도 되지 않은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이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를 항상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는 제품들이 꽤 된다. 최초의 밀폐형 스피커, 최초의 A 클래스 앰프, 최초의 D 클래스 파워앰프 등등. 그러나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하루가 다르게 발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디지털 분야이다.
최초로 CD 규격을 정의했던 소니와 필립스에 이어 이후 HDCD 디코딩이 잠시 유행했고 이후 SACD 규격을 만든 소니는 또 한 번 디지털 소스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모든 저장 매체는 파일화되었다. CD, HDCD, SACD 그리고 일부 DVD-Audio 등이 활개 치며 팔리던 시대는 지나고 WAV 파일을 시작으로 무손실 압축 파일인 FLAC, APE 등이 대중화되고 이를 담을 수 있는 하드디스크가 대용량으로 보급되면서 새로운 HD 시대가 열린 것이다.
파일 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봇물 쏟아지듯 DAC가 출현했다. CD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업계에서 수많은 시디 플레이어가 양산되었듯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ACD의 음원인 DSD 파일이 서비스되기 시작했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DSD DAC가 출시되기에 이른다. 마치 저장매체인 CD, SACD가 이미 한 번 겪었던 역사의 반복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DSD DAC가 화두가 되었던 것도 이제 엊그제 일. 유형의 저장매체인 CD 등과 달리 네트워크 위에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이미 플랫폼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금새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DSD의 네트워크 스트리밍이라는 커다란 화두의 최초 타이틀은 엉뚱하게도 우리가 전혀 몰랐던 하이파이 바운더리의 바깥 쪽에서 가져갔다. 바로 픽셀 매직 시스템즈(Pixel Magic Systems)라는 메이커가 그 주인공이다. 아니 완전히 하이파이의 외벽에 위치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이 만들어낸 비디오 프로세서는 실리콘 밸리 근방에서는 꽤 호평을 받으며 홈시네마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비디오 프로세서 외에 새로운 사업 분야를 구축하며 내놓은 프로젝트가 바로 루민(LUMIN)이었다.
트랜드에 대한 반응과 기술개발은 음향보다는 영상 쪽이 훨씬 더 빠르다. 이미 루민은 비디오 프로세서 개발에 관련해 축적되어 온 디지털 알고리즘, DSP 설계 등에 있어 웬만한 하이엔드 메이커를 앞서 있었다. 루민에서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만드는 일은 그들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과물은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현재는 A1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된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현재까지도 네트워크 스트리머 최고의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린(Linn) 클라이맥스 DS의 사이보그였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통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해 한 덩어리로 뽑아낸 모노코크 방식 섀시는 물론 2개의 분리된 기판 디자인 및 완벽한 차폐를 위한 내부 공간 설계 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게다가 내부에 룬달 트랜스를 사용해 튜닝한 점도 유사하다. 울프슨 8741 DAC를 채널당 한 개씩 듀얼로 사용한 것도 동일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2.8Mhz DSD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루민의 자체 컨트롤 앱인 Lumin App 또한 그 편의성과 세련된 디자인 등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특출난 기능과 스펙에 비해 실사용자들에겐 여러 단점도 보고되었다. DSD 파일의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해서는 NAS를 셋업하고 여기에 별도의 Minim 서버를 설치해야 하는 등 몇몇 불편한 셋업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영상 프로세서 분야에서 출발한 루민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바로 바로 빠르게 대응해나갔다.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루민은 유저들의 불만사항을 해소해나가며 유저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USB 서버 기능을 통해 별도의 NAS 없이 하드디스크나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음악을 곧바로 재생 가능하게 하는 등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었다.
한편 루민은 첫 번째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전 세계적인 히트에 힘입어 라인업을 넓혀나가기에 이른다. 이를 위해 기존의 모델에는 A1이라는 모델명을 부여했고 동일한 섀시와 전원부에 업그레이드된 보드를 장착한 플래그십 S1을 개발했으며 A1과 동일한 설계와 보드, 그리고 전원부에 섀시를 다운그레이드한 T1 이라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엔트리급으로 D1이 출시될 예정이며 루민 사용자를 위해 L1 이라는 루민 전용 스토리지도 출시한 상태다.
▲ LUMIN T1 후면
▲ LUMIN T1은 HDMI 오디오 출력을 지원한다
▲ LUMIN T1 아날로그 출력단
리뷰의 주인공인 T1은 기존에 루민의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굉장히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완전히 동일한 회로와 부품에 단지 섀시만 다운그레이드해 저렴하게 출시한 모델이 바로 T1이기 때문이다. 본체 내부는 물론 전원부까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UPnP 프로토콜을 사용하며 갭리스(Gapless) 재생을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FLAC, 애플
lossless(ALAC), WAV, AIFF 등의 무손실 PCM 압축파일을 지원하며 이 외에 MP3, AAC 등의 손실 압축 파일도 당연히 지원한다. 한편 샘플링 레이트는 44.1kHz에서 384kHz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거의 모든 PCM 포맷에 대응한다.
또 하나는 DSD 파일의 스트리밍 재생이다. DSD 재생은 2.8MHz, 즉 DSD64 포맷까지 지원한다. 100Base-T 이더넷 네트워크는 물론 USB 출력이 가능한 스토리지, 플래시 드라이브도 모두 루민에 연결해 저장되어 있는 음원을 PCM, DSD 가리지 않고 재생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HDMI 출력이 마련되어 있어 PCM과 DSD 신호를 외부 디지털 프로세서나 AV 리시버 등에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멀티채널 소스가 있다면 하이엔드 멀티채널 소스를 즐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부 DAC 칩은 A1 과 동일하게 울프슨 WM8741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사용하고 있으며 고품질 소자들을 투입해 풀 밸런스 설계의 아날로그 출력단을 설계해놓았다. 또한 출력단에는 린(Linn)이나 제프 롤랜드 등에서 독보적인 튜닝을 위해 사용하는 룬달 트랜스를 장착해놓았다. 차고 넘치는 용량의 듀얼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탑재한 전원부 또한 상위 A1과 동일한 것으로 유저들 사이에서도 루민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지목 받는 것 중 하나이다.
테스트에는 미국 리얼리즘의 진수로 불리우는 아발론 콤파스 다이아몬드 스피커에 오디오넷 SAM G2 인티앰프를 사용해 진행했다. 루민의 재생 어플리케이션은 워낙 아트웍과 디스플레이 디자인, 인터페이스가 뛰어난 최근 우후죽순 출시되는 스트리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할 수 있었다.
전/후, 좌/우로 펼쳐지는 음장이 탁 트여 있으며
음색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밝고 화사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의 'In case of you'를 들어보면 전/후, 좌/우로 펼쳐지는 음장이 탁 트여 있으며
음색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밝고 화사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루민의 경우 A1도 마찬가지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감상자에게 임팩트가 강하게 오는 타입으로 린(Linn)의 미세한 질감과 다소 여성스러운 텍스쳐 표현과는 확연히 다르다. 내부 설계나 거의 비슷한 보드 구조, 중첩되는 소자의 사용이 반드시 동일한 사운드로 표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나 루민은 무엇보다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뛰어나 악기 간의 구분이 뛰어나고 크게 크게 움직이는 남성적인 텍스쳐가 장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펀치력 넘치는 베이스 연주가 맛깔나게 표현된다.
소리의 어택에서부터 시작해 디케이를 가파르게 지나면
서스테인은 길지 않아 짧고 강렬하게 넘실대는
리차드 보나의 연주가 그 어느 때보다 리듬감 넘친다.
레퍼토리를 바꾸어 재즈 베이시스트 리차드 보나(Richard Bona)의 ‘Reverence’ 앨범 중 ‘Bisso Baba(Always Together)'를 들어보면 카메룬 출신에 프랑스, 미국 뉴욕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체화된 그만의 에스닉한 감성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특히 부드러우면서도 펀치력 넘치는 베이스 연주가 맛깔나게 표현된다. 소리의 어택에서부터 시작해 디케이를 가파르게 지나면 서스테인은 길지 않아 짧고 강렬하게 넘실대는 리차드 보나의 연주가 그 어느 때보다 리듬감 넘친다. 리듬&페이스가 굉장히 뛰어난 편으로 어떤 음악을 들어도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미립자로 잘게 부서지며 연출되는 바이올린은
SACD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가 연주하는 바하의 ‘Double & Triple Concertos’ DSD 음원을
들어본다. 어떤 버퍼링이나 끊김 없이 재생되는 DSD의 품질은 PCM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른 사운드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미립자로 잘게 부서지며 연출되는 바이올린은 SACD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얼마 전 리뷰 했던 린데만 뮤직북이 떠오르는데 그 음질은 사뭇 다르다. PCM 에 비해 자연스럽고 유려하며 온기가 가미된 소리지만 좀 더 힘차고 무게감이 실린다. 루민 특유의 특징은 PCM과 DSD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데 아마도 아날로그단 설계, 그리고 룬달 트랜스의 역할이 크다고 짐작된다.
DSD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최초 도입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는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말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플레이백이 발표되었고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루민은 이제 린 클라이맥스 사이보그의 이미지를 탈피해 그 자체의 성능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그러나 DSD 스트리머의 ‘최초’ 프리미엄 없이도 루민은 가격 대비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음색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퍼포먼스 자체에서는 A1과 거의 유사한 그레이드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미 궤도에 올라와 있는 모습이다. 앞으로 펼쳐질 동일 카테고리의 하이엔드 제품군과의 당당한 성능 대결이 기대된다.
Written by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