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만듦새와 우수한 성능의 하모니
에소테릭은 티악의 제품 중 오디오파일용 기기에만 붙는 브랜드명이다. 때문에 에소테릭은 메이커명이 아니고 단지 티악에서 나오는 제품 중 오디오파일을 겨냥한 제품에만 붙이는 특별한 브랜드명이다. 따라서 티악의 제품 중 티악의 브랜드명을 달고 나오는 제품은 보급기와 고급기에 한하고, 오디오파일용 하이엔드 기기는 모두 에소테릭의 브랜드명을 달고 있다는 말이다.티악(TEAC)은 'Tokyo Electro Acoustic Company' 의 두 음자를 딴 것으로 1953년 도쿄 텔레비전 어쿠스틱 컴퍼니를 모체로 창립된 오디오 메이커이다. 창립 후 1980년대까지는 주로 테이프 데크의 개발 판매에 주력했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기기로 확고한 명성을 쌓은 회사다. 특히 티악에서 개발한 CD 트랜스포트의 구동 메커니즘인 VRDS는 이 분야의 표준이 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소테릭의 브랜드가 탄생된 해는 1987년이었다. 1982년에 선보이기 시작한 CD는 80년대 말에 이르러 기술적인 완성도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 시기에 에소테릭 브랜드가 탄생되었다.
티악에서는 이 분야의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개발된 기기에 과거와 차별화된 고급 이미지를 내포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필요성 때문에 탄생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예는 일본의 파이오니아에서도 볼 수 있는데 보급품은 파이오니아 브랜드, 오디오파일용은 익스클루시브 브랜드명으로 발매하고 있다.
바로 이 시기에 개발된 기기가 저 유명한 P-2, P-2S 트랜스포트를 비롯해 D-3 D/A컨버터였고, 모두 에소테릭 브랜드가 나온 이듬해인 1988년도에 출시되었다. 1997년에는 전대미문의 초거함급 트랜스포트인 P-0를 발표했었다.
이들 제품을 출시하면서 에소테릭은 디지털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에소테릭 하면 디지털 기기를 연상하기 쉽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만 붙이는 브랜드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앰프도 발매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디지털 기기에만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분리형 앰프를 비롯해 인티앰프도 만들고 있다. 에소테릭의 제품 라인업을 A-100 파워 앰프가 있는데, 이는 진공관 앰프이고, 스테레오 파워 앰프로 A-03이 있고, 모노럴 파워 앰프로 A-80이 있다. 포노 앰프로 E-03이 있고, 인티앰프로 AZ-1S가 있는데, 이는 D클래스 출력의 앰프다. 한편 AI-10 인티앰프도 있는데, 이는 A/D 컨버터와 마스터클록이 내장된 인티앰프다.
내부를 보면 좌우 채널이 하나의 섀시에 수납된 완벽한 듀얼 모노 구성으로 전원부의 토로이달형 전원 트랜스도 2개가 좌우로 나누어져 있다. 내부 배선재로는 6N과 8N의 고순도 동선을 채용했고 부품도 최고급이 투입되었다.
특기할 것은 본기의 볼륨인데, 얼핏 보면 기계식 볼륨이지만 디지털 방식의 볼륨이다. 이는 회전 위치를 검출해 고성능 단자 볼륨 디바이스인 PGA 2320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신호 자체는 아날로그이지만 이 디바이스를 좌우 독립해 사용, 0.5dB 스텝으로 조정가능하며 좌우 밸런스 조정이나 각 입력계통에 따른 레벨 설정을 프리셋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면 패널 중앙에 운영 정보를 나타내는 창이 있고 우측에 볼륨, 좌측에 입력 선택노브가 있는데, 모든 동작은 리모컨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후면을 보면 입출력 단자가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다. 프리 아웃 단자는 XLR 1개, RCA 2개가 마련되어 있고, 입력 단자는 XLR 2개, RCA 3개가 마련되어 있다.
견고한 섀시와 2개의 토로이달 트랜스가 탑재되어 순수한 라인 프리 앰프치곤 상당한 중량인 22kg에 달한다. 에소테릭의 디자인은 언제 보아도 고급스럽고 고품위하다. 본기의 디자인도 한눈에 고급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었다.
본기와 마크 레빈슨 No.532H 파워 앰프, 블라델리우스 엘블라, 엘락의 FS609 CE 스피커에 물리고 시청에 임했다. 시청 음반은 필자가 늘 사용하는 2007 유니버설 클래식 샘플러 음반이다. 이 음반의 타이틀은 클래식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클래식과 재즈 보컬, 크로스오버 음악이 모두 수록된 음반이다.
클래식도 오페라아리아를 비롯해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 현악 4중주를 비롯한 모든 장르의 음악이 들어 있어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테스트용 음반이다. 첫 음악인 데이비드 가렛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세레나데와 라 칼리파(La Califfa)를 듣자마자 본기의 소리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본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성향은 에소테릭의 디지털 기기의 소리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온기와 포근함과 찰기가 느껴지는 그런 소리였다. 같은 일본제인 어큐페이즈와 럭스만과도 다른 소리였는데 럭스만에 좀더 가까운 소리인 것 같으면서도 럭스만보다 더 포근하고 온도감이 충만한 소리였다.
사실 필자는 본기의 소리를 듣기 전, 본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에소테릭의 디지털 기기와 흡사한 소리일거라고 지례 짐작을 했는데 전혀 다른 소리였다. 한마디로 에소테릭의 디지털 기기의 소리가 오디오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소리라면 본기는 질감이 좋은 소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해서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거칠다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을 정도로 질감이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너무 소리가 포근하고 부드럽다 보니 재즈 보컬에서는 리얼함과 실체감이 아쉬워 스피커를 교체하기로 했다. 이는 매칭된 엘락의 FS609 CE도 포근하고 온도감이 풍만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피커이기 때문에 둘의 성격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피크 컨설트의 프린세스 V로 바꾸자 고역이 훨씬 청명하면서 재즈 보컬에서 실체감과 리얼함이 살아난다. 역시 동일한 성격의 스피커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상성이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품답게 정교한 만듦새와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프리앰프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