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오디오의 소스기기로 PC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PC라는 거대한 노이즈
덩어리로 음악을 재생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고, 불과 4~5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러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PC에서 프로 스튜디오용 오디오카드를 사용하거나 오디오용 DAC을 사용, 혹은 그것도 모자라 PC에 DDC를 연결해서 외장
DAC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PC를 쓸만한 소스기기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이 널리 퍼지고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음질에 대한
문제가 걷어지자, PC의 뛰어난 연산성능을 활용한 업샘플링 기능이라던가 PC를 통한 방대한 음원 관리의 편의성 등이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런 일련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PC도 당당히 오디오 시스템의 소스기기로써 인정받게 되었다.
PC를 활용한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아예 오디오 업체에서 오디오
전용 PC를 만드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올인원 오디오 PC보다는 PC 외부의 입장에서 PC에 가장 먼저 접속하게 되는 DAC,
그중에서도 USB 연결이 가능한 DAC가 현재 PC-Fi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USB의 간편함에 주목하여 그냥 PC에 꼽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 캐주얼한 컨셉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USB로 연결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PC-Fi에 적합한 고성능 지향의
DAC를 제작하는데 많은 회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 비교적 신생 업체인 홍콩의 AURALiC社에서 ARK MX+라는 이름의 PC-Fi용 DAC을
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오디오 업계에 신생 업체가 등장하는 수순은 처음엔 낮은 그레이드의 제품으로 시작해서 네임벨류가 쌓여감에 따라 점점 급을
높여가는 형태가 보편적인데, 이 신생 업체는 당당하게 PC-Fi용으로서는 고사양의 DAC을 자사의 첫 DAC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ARK MX+의 스펙부터 살펴보자면 우선은 최대 32bit/192KHz 스펙의 업샘플링 기능에 주목하게
된다. 이정도의 하이스펙 업샘플링 기능은 사실 ARK MX+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가격을 받는 오디오용 DAC에서도 흔하다고 할 수 없는
고성능에 해당한다. 그런 고성능을 위해 AURALiC은 스위스 소재의 Archwave AG社와 공동으로 개발한 듀얼코어 ARM9 CPU 기반의
Santuary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XMOS 범용 프로세서 기반의 PC-Fi용 고성능 DAC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XMOS를 사용하지 않고 보다 더 고성능의 독자적인 프로세서를 개발하여 사용한다는 면에서 AURALiC이라는 신생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낼 수 있다.
독자적인 프로세서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ARK MX+는 정확한 정배수 업샘플링을 위해
176.4KHz용 22.5792MHz 오실레이터와 192KHz용 24.576MHz 오실레이터를 별도로 탑재하였다. 44.1/88.2KHz
입력시에는 자동으로 176.4KHz로, 48/96KHz 입력시에는 자동으로 192KHz로 정확하게 정배수 업샘플링을 수행한다. 혹은 원할 경우
USB 연결시 PC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제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샘플링 레이트를 설정할 수 있다.
USB 연결에 있어서도 다른 USB DAC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비동기 USB 연결이 아닌
ActiveUSB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제조사 측의 자료에 의하면 ActiveUSB는 비동기식 USB 통신 프로토콜보다
시간축 지터 에러에 훨씬 강하여 ±1클럭 사이클 내에서 오차를 억제할 수 있이며 2초 이상의 데이터 버퍼링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한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훨씬 커져서 최대 32bit/192KHz에 이르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다.
ARK MX+에서 또하나 주목할 부분은 USB 뿐만 아니라 SPDIF 동축 디지털 입력도 지원한다는
점이다. USB라는 인터페이스에 대해 아직도 미심쩍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을 위한 대안까지 마련해 둔 것이다. 심지어는 그것도 모자라
USB나 동축 디지털 입력을 다시 AES/EBU 디지털 아웃으로 뽑아내서 ARK MX+를 DDC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었다. 일반적인
SPDIF 동축/광 출력이 아닌 AES/EBU 출력을 지원한다는 것은 ARK MX+보다도 훨씬 고성능이지만 USB 입력은 지원하지 않는 본격적인
하이엔드급 오디오용 DAC으로의 출력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정도 입력을 사용하는 DAC을 따로 연결할 것이 아니면
ARK MX+ 자체의 성능도 충분히 우수하다는 자신감의 반증이다.
그 자신감은 아날로그 밸런스 출력단으로 보여준다. 물론 RCA 언밸런스 출력도 지원하긴 하지만, ARK
MX+의 진가는 바로 XLR 밸런스 아날로그 출력에서 찾을 수 있다. PC-Fi를 캐주얼하게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본격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소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날로그단도 낮은 DC출력을 위해 수작업으로 선별된 부품들을 매칭하였으며, 그 덕분에 DC출력이 충분히
낮게 억제되어 DC 성분 제거를 위한 커플링 커패시터를 신호 경로에서 제거함으로써 그만큼 음의 순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에 따라 높은 수준의
노이즈 억제력과 폭넓은 다이나믹레인지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ARK MX+의 특징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어떨까. 제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주파수응답
면에서는 중립적이면서도 초고역에서 살짝 날이 서 있는 느낌이 든다. 다만 그 차이는 매우 미세한 수준으로, 말그대로 소리의 끝을 아주 살짝
다듬어 준다는 정도의 느낌이지 ARK MX+ 자체의 착색이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자체적인 업샘플링 기능에 더해져, ARK
MX+의 사운드는 매우 디테일하고 정보량이 많으며 섬세하게 가다듬어진 인상을 받는다.
노이즈 플로어 면에선 XLR 밸런스 출력을 사용할 경우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스피커
시스템이든 헤드폰 시스템이든 노이즈를 귀로 감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숙했고 특별하게 감지되는 노이즈 특성도 없이 매우 만족스러운
성능이다. 이정도 성능이면 아마 더 고가의 DAC을 별도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청감상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RCA
언밸런스 출력시에는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수준의 노이즈 플로어 및 AC 전원 하모닉스 노이즈로 추정되는 노이즈 특성이 보인다. 언밸런스 출력시의
노이즈 문제는 특히 USB 입력시에 보다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언밸런스 출력과는 다르게 밸런스 출력의 경우엔 USB 입력이나 동축 입력이나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ARK MX+의 주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는 밸런스 출력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면서 RCA
출력단자는 편의성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디지털 출력을 SPDIF가 아닌 AES/EBU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ARK MX+의 성격에
대해 앞서 이미 어느정도 언급했는데, 그 성격은 실사용시의 아날로그 출력단 간의 차이에서 보다 더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ARK MX+의
성능을 100% 활용하려면 그에 걸맞는 성능의 앰프와 스피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PC-Fi용 DAC들이 어느정도 캐주얼한 사용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ARK MX+는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말그대로 본격적인 하이엔드 시스템을 위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용 드라이버와 소프트웨어 포함된 CD를 제공한다는 점이 실사용 시에 눈에 띈다. 캐주얼한 컨셉의
USB DAC들은 USB라는 인터페이스의 본래 성격에 걸맞게 그냥 PC에 연결하기만 하면 사용할 준비가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ARC MX+는
USB 연결시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용 드라이버와 제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USB에 연결하고 전용 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본래 Coaxial 입력시에는 본체에서 자동으로 조절하던 부분들을 사용자가 수동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샘플링 레이트를 수동으로 설정할 뿐만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설정을 원하는 유저들을 위해 사용 클럭 종류 설정과 데이터 스트림 버퍼 길이 설정도 지원하고 있다.
드라이버와 제어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특이한 점은 ARK MX+ 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단
foobar2000 플레이어를 같이 제공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사실 진짜 전용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라기 보다는 foobar2000에 ASIO
플러그인을 미리 설치하여 배포한다고 보면 된다. ASIO 드라이버를 지원하는 플레이어를 따로 구해서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PC 유저들을
위해 ARK MX+의 기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조사의 배려가 돋보인다.
ARK MX+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PC와 본격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이
가장 어울리는 성격의 제품이다. 고성능의 업샘플링 사운드를 AES/EBU 디지털이나 XLR 밸런스 아날로그로 출력해서 그에 걸맞는 고성능의
시스템과 연결한다는 느낌이 가장 어울리고 또한 그렇게 세팅했을 때 ARK MX+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편의성도
꼼꼼하게 챙기면서 PC-Fi 본연의 장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2% 쯤 아쉬운 디자인은 앞으로 제품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발전의
여지가 있고, 신생업체가 제조한 DAC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노련미와 성능을 겸비한 제품이다.
Specification |
Frequency Response |
DC - 20KHz, +/- 0.02 dB |
Signal/Noise |
118 dB, 20Hz-20KHz, A-weighted |
THD+N at Maximum Level |
<0.0005%, 20Hz-20KHz |
Dynamic Range |
124dB, 20Hz-20KHz, A-weighted |
Output Port |
Balanced Analog Output, 4Vrms into >5Kohm
Single-Ended Analog Output,
2Vrms into >5Kohm
AES/EBU Digital Output* |
Input Port |
USB 2.0 Port** (44.1-192KHz, up to 32Bit)
S/PDIF Digital Input
(44.1-192KHz up to 24Bit) |
Power Dissipation |
20 Watts |
Dimension |
11''W x 9''D x 2.6''H (33cm x 23cm x 6.5cm) |
Weight |
12 lbs (5.5k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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