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9일 일요일

ONKYO(온쿄) 인티앰프 A-9000R을 분석하다...

온쿄 A-9000R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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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삼성이 오디오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적이 있다.
당연히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내지는 않겠지만, 삼성의 자본력과 삼성의 추진력, 그리고 삼성의 전자 기술과 IT기술이 합쳐지면 전세계 최고의 상품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아마도 삼성이 마크레빈슨같은 브랜드를 넘어설 제품을 당장에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제품의 품질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편이다.

아마도 돈이 안되기 때문에 아직 삼성은 새로운 오디오 사업에 뛰어들이 않는 것임에 분명하다.


품질만 놓고 생각을 해보자.
품질이 무엇이겠는가?
과도한 홍보를 한다고 해서 품질이 좋은 제품의 우수성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참 바보같은 상황이고, 과도한 홍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 잊혀진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 내가 이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주변인들에게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나에게 되물었었다.


온쿄가 그 가격에 먹히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품질과 기능만 보고 이야기 하자고 했었다.

외산이든 국산이든, 하이엔드 브랜드건 보급형 브랜드건, 서양 브랜드건 일본 브랜드건, 객관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제품을 평가를 할 때는 품질과 만듦새, 마감과 기능, 음질을 통한 객관적 품질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온쿄의 이번 신제품은 매우 고무적인 수준의 가격대비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만듦새와 마감
먼저 만듦새가 최고 수준이다.
이 제품들은 PCB와 부품들이 실장되기 전에 체구가 큰 앰프의 몸체를 이루는 철제 하우징으로 몸통을 제작하고, 거기에 PCB와 부품들을 실장시킨 후, 뒷면과 하단을 제외한 모든 면을 별도로 제작된 단일 알루미늄 패널을 붙여서 제작했는데, 그 알루미늄 패널들이 일반적인 이 가격대 앰프들처럼 전면만 두꺼운 알루미늄을 붙이고 상단이나 측면의 경우는 양철 같은 것을 “ㄷ”자로 휘어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상단이나 측면의 경우도 모두 전면 패널과 동일한 두께의 알루미늄 패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사용된 육각 나사까지도 직접 만져보고 나사로 조였다가 풀어보고 전동 드라이버로 헛바퀴도 돌려보고 그래도 마모의 정도가 일반 나사들보다 현격하게 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측면에 나사가 몇 개 박혀있는데 미관때문인지 나사에도 광택을 먹여놨는데 전동 드라이버로 과도하게 헛바퀴를 돌려도 마모도 덜 될뿐더러 광택도 잘 죽지 않는 나사이다.
좋은 제품은 이런 미세하고 섬세한 부분에서부터도 다르다.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알루미늄 패널과 나사이기 때문에 별도의 드라이버 없이 손으로만 돌려도 90%정도까지는 아무런 무리없이 나사가 조여지고 풀어질 정도로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

새시의 마감도 손바닥을 접착시키고 만져보면 미끄러지듯 느껴지는 표면의 촉감이 고급스러우며 모서리 부분이나, 정보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부분까지도 까칠하게 제작된 것이 아니라 라운드지면서 부드럽게 처리된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만듦새라고 할 수 있겠다.


물량 투입
이 제품의 무게는 18.5kg이다.
새시의 무게도 어느정도 들어갔겠지만, 200만원 내외의 앰프들 중에서는 가장 무거운 무게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하게는 본인이 최근에 리뷰한 어떤 한 제품의 무게가 19.4kg이었는데 그 제품을 제외하고는 가장 무거운 무게이다)

무게가 무거운 것은 그만큼 부품들이 고용량에 무거운 부품들로 꽉꽉 채워졌기 때문인데, 좌우 독립형으로 증폭부를 설계하고 방열판을 세로로 세운 후, 증폭부 PCB도 아예 방열판에 세로로 부착시킨 형태이다. 거기에 A-9000R의 경우는 한 채널당 증폭소자를 8개씩 사용하여 푸시풀 회로를 4개 병렬로 설계를 했다. 그래서 이름이 쿼드 푸시풀이다. 사진상으로 보면 증폭부 PCB가 세루로로 세워져 있다보니 그쪽 부품들이나 회로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각 증폭 소자들끼리는 온쿄에서 유독 좋아하는 동 플레이트를 이용해 예민한 신호들을 손실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각 증폭부 PCB마다 순간 과도 응답 특성을 높여주는 DIDRC라는 온쿄 독자의 작은 회로 기판이 추가로 부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중앙에는 커다란 전원 콘덴서가 각 채널별로 두개씩, 총 4개가 자리잡고 있는데 콘덴서 용량도 출중하며, 전면 새시 바로 뒷면에 세로로 부착되어 있는 전원부 트랜스도 노이즈 특성을 고려해 트로이덜 트랜스가 아닌 EI트랜스를 사용하긴 했지만, 고용량의 트랜스를 탑재하고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설계상 세로로 세워서 부착되어 있다 보니 내부 구조를 위에서 보는 사진에서는 별로 크게 보이질 않아서 그다지 대단치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원부 물량 투입이 동 가격대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이 외에 기본 옵션으로 내장하고 있는 DAC부의 물량투입은 더욱 놀랍다.
DAC의 설계를 설명할 때 아무래도 가장 큰 비중을 갖는 것은 메인 칩셋이 무엇이며, 그 칩셋을 가지고 어떻게 아날로그부를 설계했는지이다. 일반적으로 내장 DAC라고 하면 손바닥만큼도 안되는 조그만한 PCB에 겨우 DAC칩 끼워넣고 기본적인 작동만 되게끔 설계하는 것이 아직까지의 관례였다. 그렇지만, A-9000R(A-9070)의 DAC부는 왠만한 단품 DAC의 설계 방식을 뛰어 넘고 있다.
최근 영국제 오디오에서 그 사용량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울프슨사의 현존 최상급 DAC칩인 WM8742을 한 개도 아니고 두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하나하나의 칩을 위해 듀얼 모노럴 구성으로 회로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동판으로 분리를 시켜서 신호 간섭이 없도록 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좌측에는 USB컨트롤러 칩과 디지털 프로세서 칩이 놓여져 있으며, 전원부는 하단에 위치해 있어서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A-9000R의 경우는 USB 입력만으로 최신 비동기 방식에 24bit/192kHz까지 지원함으로써, 동급 최고의 스팩을 자랑한다. 그 성능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전용 드라이버를 설치한 후, 노트북으로 감상해본 WAV파일의 음질은 앰프 내장 DAC로써는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해상력과 음 분해도, 정확도, 신선도와 투명도가 아주 좋았다.
"16개의 TR을 이용해 푸시풀 회로 8개를 탑재한 강력한 증폭부와 가격대를 압도하는 전원부 부품 탑재"
"새로 개발한 DIDRC회로를 내부 회로 곳곳해 배치함으로써, 과도 응답 특성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음색 성향
공산품 시장에서 통하는 마케팅 수법중에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최종적으로 내놓더라도 500만원짜리 제품을 50만원짜리 제품으로 시작해서 올라간 브랜드와 1000만원짜리 제품으로 시작해서 500만원짜리 제품을 내놓는 것은 분명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다.

아무래도 고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업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저렴한 제품만 만들던 브랜드가 비싼 제품을 제작하게 되면 그 시선은 굉장히 냉혹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여기서 전체적인 음색 성향은 과거 A-5VL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실망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말의 어투를 바꿔서 전체적으로 음색 성향을 넓게 보자면, 매킨토시와 비슷한 음색 성향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A-9000R(A-9070의 음색 성향은 초 현대적인 클리어티와 칼 같은 음 분해력을 추구하는 경향은 아니다. 중음의 두께감이나 밀도감, 깊이감, 다량의 정보량 등은 다 무시하고 일단 소리가 깨끗하고 선명하게 귀에 딱 꼳혀야 된다면 이 가격대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음색 매칭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 제품이 맞을 수 있는 유저와 그렇지 않을 유저들에게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밝아서 잘 나가는 차가 최우선인 사람에게는 BMW 5시리즈보다도 3시리즈나 인피니티 G시리즈가 더 좋을 수도 있는 원리와 비슷하다. (혹은 세단보다는 바이크?? --;)

"마치 싸구려 빙과류를 먹다가 고급 유지방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혀에 느껴지는 느낌의 차이"
"바게트 빵을 먹다가 소프트한 카스테라나 안에 꽉찬 팥빵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고음의 선명도와 귀에 쏙 박히는 음만 중시된 오디오는 그것 외에 포기해야 되는 것들이 더 많다. 얼굴 예쁜 여자와 살고 싶다고 마녀 같은 성격에 집안일 하나 할줄 모르고, 무식한데다 짜증만 부려대는 여자와 사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물론 선명도를 어느정도 수준을 기준으로 잡고 선호도를 결정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비슷한 가격대에서 중고음을 가장 선명하게 뽑아주는 앰프의 선명도나 청량감이 10이라면, 온쿄 A-9000R은 7정도 될 것 같다. 전혀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요즘 워낙에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정도의 고음이 더 듣기에 좋다는 취향이 늘어나면서 평탄하고 지극히 균형잡힌 수준의 음색은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별도로 이렇게 언급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음색 밸런스는 가장 바람직한 수준이다.
고음에서부터 중음을 이어서 저음까지 이어지는 음의 이음새가 가장 매끄럽고 자연스러우며, 비슷한 가격대의 어떤 제품보다도 음 정보량이 많으면서도 해상력이 뛰어나다. 굉장히 풍부하고 꽉찬 정보량을 들려주지만 그 소리 하나하나들을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들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그 많은 정보량이 나대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고 우아하게 재생되는 것이 모두 고르게 들린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치 싸구려 빙과류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고급 유지방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혀에 느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혹은 빵에 비유를 하더라도 거칠고 딱딱한 바게트 빵과 속이 꽉찬 밭빵과 비교하면 비슷할 것 같다.
매끄러우면서도 정보량이 꽉차 있고, 호소력과 섬세함이 진하다는 것이 이 앰프의 특징이다.

그리고 딱히 별로 강조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지만, 에너지감은 이 가격대에서 온쿄 A-9000R을 따를 앰프가 없는 것 같다.
에너지감이라고 해서 고음만 쨍하고 시끄럽게 나와주는게 에너지감이 아니다. 종종 중음과 저음은 하나도 안 나오는데 고음은 그래도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건 고음이 깨끗한게 아니다. 고음이 깨지고 있다보니 그 깨지는 음이 귀에 일단은 잘 들리기만 하는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 노이즈나 소음도 귀에 잘 들리긴 한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구동이 아예 되지 않아도 고음은 깨끗하게 나온다. 경질스러운 질감에 깨지는 음이라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온쿄 A-9000R에 물린 스피커는 중저음이 굉장히 깊게 재생된다. 저음의 양감도 좋지만 그 양감에 에너지감이 충만하고 깊게 재생된다. 저음에 중량감이 있고 탄탄하게 밀어부친다.
소형 북쉘프 스피커를 물려도 깊고 낮게 깔리는 저음이 재생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톨보이 스피커는 말할 것도 없다.

집중 시청
노라 존스중고음의 매끄러움이나 부드러움에 격조가 있다. 미끈하면서도 윤기감이 있고 부드럽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부담이 없으면서도 굉장히 살가운 소리를 내준다.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중고음의 목소리를 살살 녹는다. 그러면서도 목질감이 풍윤하며 감미롭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 자체가 음반의 오디오 소리라기 보다는 그냥 옆에서 편안하게 불러주는 노래같은 느낌이다. 오디오적인 쾌감이 좋아서 현장감이 극도로 뛰어나고 그러기 보다는 디지털스러운 기교나 거침없음을 배제한 농밀하면서도 윤기감이 넘치며 너무나도 부드럽게 부담없이 소리를 들려준다.
음색 자체나 전체적인 음조 자체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음상 포인트나 무대감이나 임장감같은 것까지 흐릿하지는 않다. 노라존스가 정중앙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며, 심지어는 그 가까이에 악기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찬찬히 그리고 여유롭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까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마치, "아~ 요 바로 앞에 앉아 있구나 ^^"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느낌이 고음이 극도로 얇고 첨예해서 음상 포인트가 자를 대고 칼로 그어놓은 것처럼 극도로 치밀하게 잡히는 경우도 있다. 대체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그런 성향이다.

그렇지만, 현재 온쿄 A-9000R로 듣는 음상 포인트나 무대감은 부드러우면서도 너무 과하거나 지나치지 않으면서 나대지 않는 그런 음상 포인트이다. 오히려 더 사실적이다. 비싼 가수를 비싸고 화려한 무대에서 보는 느낌이 아니라, 친하고 편안한 그냥 아는 친척 동생이나 누나가 앞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너무 나대거나 공격적이지 않고 들뜨지 않은 음이기 때문에 소리가 너무 화려하게 촥촥 갈라지는 음보다는 무대의 보컬리스트나 악기들의 위치나 볼륨감, 형태감 같은 것들이 편안하게 다가오며 부담없는 마음 가짐으로 편안하게 그것을 지긋히 듣고 있으면 보컬의 음상이나 몸짓, 형태, 악기들의 위치 움직임 등이 다 같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다.

환경만 좋다면 오히려 이런 느낌이 잘 세팅된 LP소리를 듣는 것처럼 더 좋은 느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중고음의 투명도나 해상력은 대체적으로 칼같은 느낌보다는 극도의 섬세함이나 살가운 쪽으로 튜닝되었다.


PMC Twenty21 매칭구동의 한계점에서 어느정도의 안정적인 음을 들려주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PMC TWENTY 스피커를 물려봤다. 그리고 격렬한 음을 제법 높은 볼륨으로 올려서 테스트 했다.
PMC는 구동이 안되면 저음의 양은 적지 않지만 그 음이 퍼지고 깊은 저음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중고음이 깔끔하고 선명하긴 하지만 PMC 에지니어들이 추구하는 중음의 옹골찬 음은 나오지 않는 편이지만, 중음에서 저음역대의 옹골찬 근육미와 강렬하게 내지르는 음이 격렬하게 터져준다.
그 음이 역시 칼같이 시원하지는 않지만, 스피커 특성상 충분히 마초적인 느낌을 분출해 준다. 다만, 볼륨에 대한 제약이 없어야 하며 과감한 재생 환경이어야 한다. 볼륨이 상당히 높은 환경에서도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중음과 저음의 옹골찬 격정이나 열정 넘치는 음이 나와주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좋다는 의미이고, 밸런스 튜닝이 중립적으로 잘 되었다는 반증이다.
Twenty21은 어쩌면 굉장히 작은 소형 북쉘프 스피커인데 8평정도의 적쟎은 전용룸을 준수하게 울려준다. 100만원대 가벼운 앰프들을 물려서도 느끼지 못했던 우렁참과 중음 아래로 꽉찬 에너지를 뿜어주는데, 힘차게 밀어주면서도 밸런스감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MUSE - Time is Running out중저음이 깊고 묵직하다. 깊게 뚝 떨어지는 무게감과 중량감이 남다르다. 5inch 우퍼에서 8평 공간의 마주보는 방향의 끝단에 있는 배까지 진동을 느끼게 해주며 가슴을 적당히 때려주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에너지감이 넘치면서 격정감도 넘친다. 중음에 옹골찬 에너지감이 분출하면서 힘이 떨어지는 보컬의 느낌이 아니라 주변 악기들의 격렬한 연주가 다량의 정보량과 함께 넘치는 볼륨감으로 뒷받침이 되면서 보컬의 느낌에도 에너지가 실려있는 웅장함과 진한 호소력을 가지게 한다.


바네사 메이 Storm5inch 우퍼 유닛이 8평의 말끔한 전용 공간에서 Storm의 초기에 하늘에서 태풍이 일어나고 번개가 치기 전에 먹구름이 일렁일렁거리는 장면을 연출한 깊은 울렁임이 제법 근사하게 표현된다.
이게 앰프가 약하면 깊은 저음이 나오질 않고, 듣는 사람에게 울렁거리는 느낌이 전혀 전달이 되지 않는다. 초저음이 안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큰 스피커로 들으면 정말로 주변 공기가 나를 압력으로 꽉꽉 쪼여드는 것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5inch 우퍼 유닛으로도 사뭇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앰프가 스피커를 굉장히 잘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며, 그만큼 힘이 좋다는 반증이다.

같은 곡을 10inch 우퍼가 두발 달린 클립쉬 RF7으로 바꿔서 들어본다.
오른쪽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사실적으로 들린다. 스피커의 높이도 높다보니 정말로 돌비 디지털로 들을 때같은 빗소리가 난다. 저음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할 때는 전용 공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소리를 시원시원하게만 내주는 앰프를 RF7에 물렸을 때는 오히려 너무 칼칼해서 못 든는다. 저음도 이렇게 깊고 우렁차게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 작렬한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좀 과장해서 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기둥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 천장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로 태풍에 번개가 칠 때의 "꽈장!!" 하는 소리가 난다.
힘이 어지간히 좋아서는 쉽지 않는 재생이다.
볼륨을 낮춰서 들었을 때 오히려 소편성 클래식이나 여성보컬, 재즈 등을 들을 때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BACH G선상의 아리아
클립쉬 RF7으로 들었는데 RF7이 이렇게 클래식 연주에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우아하고도 농염하고 장중하고 드라마틱한 연주력을 과시하다.
참 듣기 좋은 음이다. 편안하고 낭만적이며 나긋나긋하면서도 섬세하고 예쁘다.
클립쉬가 구동 자체는 쉽다보니 적은 볼륨에서도 클래식의 표현에 대한 캐파가 넓고 깊으며 웅장하다. 그리고 혼 트위터이다 보니 작은 표현까지도 섬세하고 넓고 세세하게 잘 그려주는 편이다. 여기에 음이 거칠지 말아야 하는 고운 음색은 온쿄의 기본 기질이 더해져서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근사한 음을 들려주는 것 같다.
"음의 선명도, 분해감, 음의 탄력과 탄성 등의 특성은 부드러운 성향의 200만원대 DAC보다 더 좋은 수준"
DAC의 성능에 대해..
먼저 A-9000R과 A-9070의 DAC부는 동일한 설계이다.
다만, USB입력만 되고 안되고의 차이일 뿐이다. A-9070에는 DDC를 어떤걸 사용하느냐에 따라 USB음질은 어쩌면 A-9000R보다도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울프슨의 최근 DAC소자인 WM8740이나 WM8741 등은 유독 영국제 오디오들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의외로 다양한 인기 CDP나 DAC들에서 울프슨 DAC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단순 부품의 가격 자체가 버브라운같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면서 성능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온쿄 A-9000R과 A-9070에는 WM8741과 함께 울프슨의 최상급 칩셋인 WM8742을 2개 이용해 듀얼 모노 구성으로 DAC를 구성하고 있는데, USB입력을 이용했을 때, 대단히 음이 선명하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음의 엣지감이나 청명함, 해상력도 대단히 우수한 편이고, 음의 분해도도 내장 DAC치고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음의 선명도나 분해감, 음의 탄력, 탄성같은 것은 부드러운 성향을 가진 200만원대 DAC보다도 더 좋은 수준이다.

그리고 위의 시청평은 모두 노트북의 WAV 파일을 이용해 USB로 연결해서 감상한 결과들이다.
왠만한 CDP를 연결한 것보다 더 좋아서 그냥 일괄적으로 그렇게 테스트를 했다.

음이 굉장히 땡글땡글한데 표현 하나하나가 굉장히 정확하고 명확하다. 소리 하나하나가 분명하고 다이나믹레인지(과도 응답 특성), 순간 반응과 초고음에서 초저음까지 동시에 재생되는 그 폭의 느낌이 넓고 크며, 확실히 재생하는 편이다.

내장 DAC 성능으로는 전혀 불만이 없는 수준이며, 아직까지 내장 DAC가 탑재된 인티앰프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500만원 미만 내장 DAC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의 내장 DA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정리
바람직한 형태의 제품이다.
아마도 이 제품의 성능이 객관적으로만 비교가 된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앰프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앰프 성능만으로도 돈값은 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거기다 수준급 DAC까지 덤으로 끼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USB 입력으로 24/192 지원이 비동기 방식으로 되는 플래그쉽 칩셋의 듀얼 모노럴 DAC는 스펙이나 설계 구성만 놓고 보면 100만원짜리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사용자와의 취향이 안 맞으면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교적 성향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어필을 했지만, 중점적인 부분을 다시 체크하자면, 가까운 거리에서 굉장히 클리어한 음으로만 들려오는 성향은 아니다. 종종 50만원도 안되는 소형 디지털 앰프의 소리에 감동하는 유저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저음 없이 고음만 선명하게 내줘서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온쿄 A-9000R은 대역 밸런스가 상당히 완벽한 성향이다. 앰프의 성향에는 죄가 없으니 눈부시게 투명한 음을 원한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밝은 성향의 스피커를 매칭하면 된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좀 더 매웠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안 맵냐면서 문제는 떡이 밸로라고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고추장과 매콤한 양념을 더 넣은 후에 판단하는 것이 자기 취향에 맞추는 것이다. 떡은 정말 완벽한 상태다.

매칭 스피커로도 비교적 밝은 성향의 스피커들을 사용했는데, 모든 부분에 걸쳐서 대단히 모범적이며 완성도가 높은 음을 들려주었다. 앰프의 기본기 자체가 워낙에 뛰어나다 보니 주변기기를 조금만 바꿔주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음이 금새 반영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케이블만 바꿔주어도 얼마든지 완성도 높은 밸런스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튜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역에 걸친 충만된 에너지감만 놓고 본다면 도저히 비슷한 가격대의 서양 앰프들이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의 음이다. 어떤 지인이 서양 제품의 품질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서양 앰프의 어떤 품질을 말하냐고 되물었었다. 전문가답게 꼼꼼히 따져보자고 말이다.음색이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부분에서 품질이 더 낫다고 말할 꺼리가 없는 편이다.
나도 비슷한 가격대의 서양 앰프들을 당분간 이야기 할 때, 음색적인 부분 외에는 제일 탁월하다고 이야기 하기가 힘들어졌다.
아마도 이정도의 앰프는 당분간 서양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가격으로 제작한다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며, 국산 브랜드에서도 기술적인 측면이나 생산 공정상의 투입되는 원가적인 측면에서의 차이때문에 비슷한 가격으로 유통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공평한 품질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누구누구에게 음질이 더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 보다는 객관적인 음질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음질 뿐만이 아니라 패널의 마감이나 나사 하나하나까지도 객관적이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품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온쿄 제품들의 새시 마감이나 세부적인 작은 부품들의 마감은, 500만원짜리 샤넬 가방에 쓰이는 명판들보다도 더 좋은 정교한 마감 수준이다.

제품의 품질은 여러가지 제품을 많이 사용해본 유저들에 의해 좀 더 다양하게 평가되겠지만, 만약 예를 들어서 나의 부모님이 넓은 집을 장만해서 오디오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나는 비슷한 가격에 다른 앰프를 두개를 준다고 하더라도 고민없이 지금은 온쿄 A-9000R(A-9070)을 놓아드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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