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그대로 속은 새롭게, 뉴 컨피던스 기술로 진화하다.
DYNAUDIO CONTOUR i 시리즈
새로 발매된 다인오디오의 컨투어 시리즈가 완전 개편된 것은 지난 201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5년이 되는 지난해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바뀐 ‘컨투어 i’ 시리즈가 지난해 말에 발매되었다. 과거 컨투어 시리즈는 거의 10년 넘는 롱셀러로 쉽게 바뀌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모델 체인지다. 제품명의 숫자 끝에 ‘i’ 하나 붙인 변화만큼이나 외형상 변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좀 더 다양했던 2016년 컨투어의 다양한 마감 옵션에 비해 새로운 컨투어 i 는 마감의 선택지가 훨씬 줄어들어 새 컨투어는 블랙 하이 글로스, 월넛 우드, 그레이 오크 하이 글로스의 3가지 마감이 전부다. 한 마디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차이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컨투어 i 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다인오디오가 내놓은 스피커들 중 가장 최신예 스피커이다. 정규 모델이 아닌 헤리티지 스페셜만 제외하면 가장 최신예 모델로, 기술면에서는 가장 최신의 다인오디오 스피커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담긴 가장 진보된 다인오디오 스피커인 셈이다. 즉, 눈으로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는 스피커 드라이버와 캐비닛 그리고 크로스오버 같은 기술적인 내부 변화가 가득 담겨있다는 의미다.
(다인오디오의 음향측정시설 ‘주피터’)
쥬피터가 찾아낸 2016년 컨투어의 약점들
기술적 변화의 중심은 매번 강조하는 스토리인 다인오디오 연구실의 중심이 되는 ‘쥬피터’에 있다. 불과 몇 십 분 만에 스피커의 모든 물리적 음향 특성을 분석해내는 거대한 스피커 측정 기술이 담긴 주피터 룸은 일주일 이상 걸리던 스피커 특성 분석을 한 시간 내에 처리해버린다. 수 차례의 반복적인 프로토타입 테스트는 스피커의 성능을 한 차원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2016년 컨투어는 이러한 쥬피터 룸의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개발, 발매된 제품이다. 쥬피터 룸 이후 등장한 여러 스피커 시리즈들은 첨단 컴퓨터 측정 기술로 최적의 성능이 구현되었지만, 2016년 컨투어는 그런 기술적 총애가 입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스피커 시리즈의 완전한 재구축이 완료되자 다인오디오는 쥬피터 직전에 발매된 2016년 컨투어를 쥬피터 룸에 넣고 샅샅이 점검하고 특성을 분석했다. 다행히도 기본 캐비닛 설계에는 큰 약점이 없었다. 대신 쥬피터 이후 등장한 스피커들에 담긴 신세대 드라이버 기술들을 컨투어에 새롭게 적용하고 이에 맞춰 크로스오버를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2020년형 컨투어인 ‘컨투어 i’가 탄생된 것이다.
드라이버에서 크로스오버까지, 속살에 담긴 기술적 변신들
컨투어 60i는 새로운 컨투어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로, 앞서 설명했듯이 오리지널 컨투어 60과 외형적으로는 동일하다. 그렇다면 쥬피터가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가? 신형 컨투어 60i는 크게 4가지의 변화와 개선을 이루어냈다. 첫째는 새로운 트위터인 에소타2i 트위터의 도입이며, 둘째는 캐비닛 내부의 격벽 구조의 개선이며 세 번째는 우퍼의 새로운 설계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전면적인 크로스오버의 새로운 설계에 있다.
에소타 3의 기술을 이식시킨 에소타 2i
신형 컨투어 i 시리즈에 장착되는 트위터는 전작에 사용되었던 에소타 2를 진화시킨 에소타2i 트위터이다. 새로운 에소타 2i는 앞서 발매된 이보크 시리즈와 뉴 컨피던스 시리즈의 에소타 3 트위터에 사용된 기술들인 헥시스(Hexis) 돔과 마그넷 및 드라이버 후면의 백체임버 설계 기술들을 그대로 이식받았다. 따라서 에소타 3는 아니지만, 에소타의 하이엔드 사운드 퍼포먼스에 트위터 내부음을 물리적으로 제거, 소멸시키는 기술을 더해 훨씬 또렷하고 디테일한 사운드를 얻게 되었다. 즉, 뉴 컨피던스 보다는 훨씬 저렴하면서도 에소타 특유의 개성과 퍼포먼스는 뉴 컨피던스에 버금가는 성능을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컨투어 i 시리즈의 가격은 저렴함과 거리가 멀지만, 뉴 컨피던스의 가격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거의 뉴 컨피던스에 필적하는 사운드 퍼포먼스를 이끌어낸 점에서 가성비를 높인 셈이다.
새로운 미드레인지 챔버 설계
컨투어 i 시리즈 중에서도 60i만의 특별한 점은 캐비닛 내부에 새로 설계된 미드레인지 챔버에 있다. 2웨이 구성의 20i와 2.5웨이 구성의 30i와 달리 60i는 3웨이 구성으로 중역 재생을 별도의 미드레인지가 담당한다.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자체는 전작인 60의 미드레인지에서 바뀌지는 않았다. 대신 하나의 인클로저 내부가 그대로 공유되던 60과 달리 60i 에서는 미드레인지를 별도로 분리한 전용 챔버 속에 분리 및 격리 구조로 설치했다. 새로 설계한 미드레인지 전용 챔버는 다인오디오의 프로페셔널 액티브 모니터인 Core Performance 시리즈 개발에서 얻은 캐비닛 설계 노하우를 이식시킨 결과물이다. 분리된 미드레인지 인클로저는 스피커 내부에서 발생되는 공진, 드라이버 후면의 진동 문제를 제거하여 훨씬 명료하고 투명한 중역 재생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작과 달리 훨씬 스무드한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유기적 대역 밸런스까지 이끌어냈다고 한다. 당연히 컨투어 60i도 전작이 비해 더 중역의 순도가 높아졌음을 물론이다.
뉴컨피던스의 우퍼를 이식시킨 올 뉴 우퍼
세 번째 진화의 결과물은 우퍼이다. 컨투어 i 시리즈의 20i와 30i는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들을 스파이더를 노맥스의 새로운 소재로 바꾸어 성능 개선을 했다. 이와 달리 60i는 우퍼 자체를 완전히 새로 설계를 했다. 60i에 장착된 2개의 우퍼는 모두 대폭 커진 새로운 초강력 마그넷이 투입되었다. 여기에 글라스파이버 소재의 포머 위에 완전히 다른 보이스코일이 더투입되었다.알루미늄 대신 구리로 보이스코일을 바꿔버린 것이다. 여기에 20i, 30i 와 같은 노맥스의 스파이더가 더 해진 것은 물론이다. 전작의 우퍼와는 완전히 다른 우퍼가 된 것이다. 이런 설계의 변화와 소재 교체는 사실 뉴 컨피던스의 우퍼를 그대로 컨투어 시리즈에 맞춰 옮겨 놓은 것이다. 구리가 알루미늄 보다는 무거워서 강력한 저음을 내려면 좀 더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마그넷과 포머 소재의 교체로 무게와 이동 질량에 대한 문제를 대체하고 더 정확한 저음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를 통해 훨씬 타이트고 단단하고 빠른 저음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고, 대음량에서도 기민하면서도 파워풀한 저음을 들려주게 되었다. 덕분에 우퍼와 미드레인지가 더 유기적이며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전면적으로 새롭게 설계된 뉴 크로스오버
이러한 모든 기술적 진화는 고역, 중역, 저역의 성능 향상을 가져왔다. 당연히 개선된 드라이버들의 성능에 맞춰 60i의 크로스오버는 완전히 새로 설계되었다. 아랫 모델인 20i나 30i도 크로스오버의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2웨이나 2.5웨이인 두 모델들은 전면적인 재설계 보다는 트위킹에 가까운 개선형 설계 변화였다. 하지만, 60i는 완전히 새로 설계된 크로스오버가 탑재되었다. 새로 도입된 미드레인지 전용 챔버와 노맥스의 스파이더가 더해진 우퍼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했고, 이에 맞춰 크로스오버 설계가 새로 이루어진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퍼와 미드레인지로 60보다 좀더 높은 300Hz에서 우퍼와 미드레인지의 오버랩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훨씬 더 플랫하고 유기적인 대역 통합이 이루어졌고, 미드레인지의 하한선이 줄어든 만큼 중역의 노동 강도가 덜해져서 더욱 중역의 명료도와 투명도가 높아진 것은 자명한 결과일 것이다.
겉모습은 전작과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가격의 상승에 대해 의구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기술적 배경을 알고 나면 컨투어 60i에 대한 성능의 개선이 거꾸로 기대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를 위해 마스터사운드의 Smart 845 인티 앰프를 준비하고, 소스 기기로는 루민의 T2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사운드는 매우 명쾌하며 다이내믹하다. 전작인 60과 1:1 비교는 할 수 없었기에 딱히 성능의 개선 포인트가 이것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누가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보컬이나 악기들의 사운드의 매우 명징하고 또렷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다인오디오의 장점이라 할 만한 저음의 깊이감이나 양감도 충분했지만, 확실히 뉴 컨피던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현대적인 빠르고 다이내믹스를 높이 살린 정밀한 저음 재생이 컨투어 60i의 장점이라 할 만했다. 88dB 감도와 4옴 임피던스의 스펙은 요즘 스피커로서 절대 난해하지 않은 사양으로, 테스트에 사용한 Smart 845 앰프로도 충분히 큰 음량과 단단하고 안정적인 저음 재생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2번>의 피날레를 들으면 컨투어 60i는 매우 입체적이며 큰 사운드스테이지로 대형 스피커 다운 스케일을 선사한다. 새로운 트위터와 투명도가 순도가 높아진 중역 덕분에 악기의 분리도나 보컬의 음색 그리고 무대의 심도 모두 훌륭하다. 하이클래스에서 하이엔드 가격으로 올라선 컨투어의 성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초저역의 오르간 재생도 어렵지 않게 들려주는데, 부밍이나 둔탁함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은 새로운 다인오디오적 사운드가 지닌 장점이다. 특히 총주에서도 심도와 무대의 입체감을 유지하며 대음량을 소화하는 모습에서 이 스피커의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고고 펭귄(Gogo Penguin)의 라이브 앨범인 는 코로나 시기의 위로 차원에서 단행된 애비로드의 스튜디오 2에서 벌인 라이브 공연을 수록한 음반이다. 꽤나 넓은 무대의 입체감과 드럼의 다이내믹스가 잘 실린 현대적 재즈 녹음이다. 음반 중 ‘Kora’를 들으면 드럼의 킥을 비롯한 다양한 음들이 컨투어 60i에서는 매우 임팩트하면서도 단단하고 깊이있는 저음으로 기분 좋은 리듬감으로 재현되었다. 키보드의 명징한 톤 그리고 베이스의 연주도 전혀 머드해지거나 흐릿함없이 또렷하게 재생되어 흐트러짐없는 사운드로 깨끗한 음악 재생을 들려준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함과 명료함은 보컬에서도 빛을 발한다. 레드카 톤네프의 ‘The Moon is a harsh mistress’에서는 매우 섬세하고 얇디얇은 보컬의 음색을 지나치게 가늘지도, 지나치게 밝아짐 없이 딱 듣기 기분 좋은 음색과 적절한 중역의 두께감으로 그려낸다. 또한 자칫 지나친 밝기로 거슬리게 들릴 수 있는 높은 중역과 낮은 고역의 부근의 소리들이 절대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투명하고 매끄럽게 재생되는 것은 개선된 미드레인지 퍼포먼스와 에소타 2i 트위터의 장점일 것이다.
정리
5년 만에 진화된 새로운 컨투어는 기대와 달리 외적 변화는 거의 없다. 이름도 불과 ‘i’ 하나 더 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환골탈태한 다인오디오의 스피커 시리즈들의 최종 종착역으로 등장한 새로운 컨투어는 내실에 충실한 기술적 진화와 사운드 퍼포먼스의 개선으로 컨투어 시리즈를 새로운 하이엔드 입문의 시발점으로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다소 무겁고 어두운 색상의 마감 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으로 보인다. 예전과 같은 화이트 글로스 마감 처럼 훨씬 더 세련되고 도회적인 분위기의 옵션이 있다면 개선된 사운드와 같은 현대적 이미지를 공간에 어필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사운드이고 색상은 개인적 취향이니 단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컨투어는 뉴 컨피던스에 이어 다인오디오의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더욱 투명하고 세련되며 보다 단단하며 빠르고 정확한 저음으로 음색에 이어 음상에서도 세련미가 더해진 새로운 다인오디오 사운드의 완성판을 컨투어 60i에서 만날 수 있다. 하이엔드와 다인오디오의 새로운 사운드의 결합은 유서 깊은 덴마크 스피커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되고 있다.
제품사양
스피커타입 : 3way Bass reflex rear ported
우퍼 : 2x 23cm MSP
미드레인지 : 15cm MSP
트위터 : 28mm Esotar2i
감도 : 88dB (2.83V / 1m)
임피던스 : 4 Ω
주파수응답 (± 3 dB) : 28Hz – 23kHz
크로스오버 : 300 / 4500Hz
무게 : 54.3kg
크기(WHD) 255 x 1330 x 4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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