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단군 이해 최대 호황이라던 시절 꿈에 그리던 하이 엔드 제품이 속속 국내에 상륙한 적이 있다. 와트 퍼피니 아발론이니 틸이니 하는 신세대 스피커에 맞춰 마크 레빈슨, 크렐, 쓰레숄드 등 주옥같은 앰프들이 국내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 중에 제프 롤랜드(이하 JR)라는 회사도 있었으니, 그 특유의 수려한 알루미늄 절삭 가공이 된 샤시와 청명하고 상쾌한 음으로 금새 추종자 그룹을 형성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IMF 이후 2000년대가 열리면서 하이 엔드 오디오계의 양상도 상당히 변모해서, 위에 언급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감소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각자 새로운 기술력과 파인 튜닝으로 전작을 능가하는 제품들을 발매하는 추세이므로, 이 부분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중부 유럽세에 대항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이들의 반격이 과연 "제국의 역습"이 될 지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으니, 이번에 소개할 컨티늄이라는 인티 앰프, 놀랄 만큼 뛰어난 퀄리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과거에 뭐뭐 했다더라, 라는 전설을 들먹이지 않아도 좋을 만큼, 본 기가 가진 잠재력과 내용은 특필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참고로 컨티늄은 라틴어로 지속, 계승이라는 뜻을 갖는다. "코누티누움"이라고 발음하는데, 특히 누움을 길게 이어야 한다. 영어로 "Continue"와 같은 말이니, 굳이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왜 이런 작명을 했는가 하면, 아무래도 고고하고 찬란한 전통의 JR 제품군을 계승하는 신작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외관을 보면 그리 놀랄 만한 부분은 없다. 이미 JR에서 발표한 인티 앰프 시리즈의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는 데다가, 사이즈 또한 고만고만해서, 사진으로만 보면 그냥 지나칠 정도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하니, 대체 JR에서 무슨 마음을 먹고 본 기를 출시했나 물음표가 찍힐 만도 하다.
필자는 어떤 오디오 제품이건 가격대비 성능을 제1 순위로 꼽는다. 이것은 아마 대부분의 애호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밸류 포 머니라는 것이 절대적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게, 특히 억대가 넘는 컴포넌트에 이르면 그렇다. 그러므로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바, 그 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시청에 동원된 스피커는 꿈의 제품 중 하나인 B&W의 노틸러스 800D다. 이 스피커를 울리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앰프가 필요한지 모르는 분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또 그게 어느 정도의 가격대인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데 이 작은 인티 앰프가 거침없이 800D를 울렸다. 아니 막말로 갖고 놀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본 기의 존재를 특필할 만하다고 본다. 대체 JR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오디오나 TV 등 전자 제품에 흥미를 가졌던 제프 롤랜드씨는 취미로 오디오를 설계해온 인물이다. 그러다 1980년대 초, 오디오랩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스피커가 유난히 구동이 까다로워, 이를 커버하기 위해 앰프를 만들어준 것이 인연이 되어 본격적으로 이쪽 업계에 뛰어들었다.
결국 84년에 데뷔작인 모노럴 파워 앰프 모델 7을 CES에 발표, 주목을 받으면서 이후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게 된다. 89년에는 최초의 프리앰프 코히어런스까지 내놔서 완전한 앰프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JR이 앰프에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스피커 구동력? 정보량? 하이 스피드? 음장? 뭐 이런 기본적인 사항은 모두 만족시킨다. 그러나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본다. 바로 노이즈다.
뭐 이렇게 쓰면, 그거 당연한 것이 아닌가 반문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거로 돌아갈수록, 앰프에서 얼마나 많은 노이즈가 발생하는지 말이다. 심하면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의 제품도 있다. 이것은 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음악은 커녕 건강에도 해로울 지경이다. JR은 일찍이 이 점을 간파해서, 최대한 노이즈를 억제하는 설계를 해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디테일 문제 때문이다. 음을 듣다 보면, 결국 우리는 악기의 소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음이 사그러들고, 자연스럽게 공간에 퍼지는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또 빠르게 프레이징할 때, 음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구분되어 귀에 쏙쏙 다가오길 원한다.
이런 디테일은, 마치 초특급 투수의 구질과도 같다. 이들의 공은 홈 플레이트 부분에 와서 한 두 번 꿈틀거린다. 바로 그 이유로 A급 타자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오디오에서 추구하는 음은 바로 이런 꿈틀거림까지 잡아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투수들의 연봉과 승수를 가르듯, 오디오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이다.
본 기의 프리단부터 보면, 역시 정공법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인티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역시 프리단의 설계를 간략하게 하거나 아니면 생략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프리단에 입력되는 소스의 임피던스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 라는 부분이다. 이 점을 간파하고, 콘체르토 프리의 회로를 기본으로 하되 플래그쉽 모델 크라이테리온의 기술력까지 채용했다. 거기에 옵티컬 인코딩 방식의 볼륨 컨트롤은 미세한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전원쪽을 잠시 살펴보면, 220V의 교류 전원을 내부에서 DC로 변환하는데, 그 과정에서 거의 배터리 전원에 가까운 방식으로 프리 및 파워에 전달하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오디오에서 전원이라는 부분은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만큼, 클린 전원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가 간다. 또 커버하는 대역도 상당히 넓어서, 초고역의 활짝 열린 음을 듣다 보면 천장을 뚫고 나갈 기세까지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이 바로 샤시다. 바로 이 디자인으로 JR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정작 그 내용을 알면 선호도가 바뀔 것 같다. JR은 샤시의 공진에 의해 발생하는 노이즈부터 여기에 혼입되는 각종 EMI 및 RFI를 극복하기 위해 95년부터 이런 샤시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한 물량투입이다.
일단 여기에 쓰인 알루미늄 블록은 항공기 그레이드로서 나사가 인정한 공장에서 절삭 가공되어 납품된다고 한다. 실제로 손으로 만져보면 기분이 좋을 정도로, 일체의 틈이나 거침이 없다. 무엇보다 전기의 흐름이나 부품에 의한 진동이 모두 샤시에 흡수됨으로, 노이즈 저하라는 명제에 상당히 부합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참고로 본 기의 가로 세로비조차 92년에 모델 9을 만들 때 얻어진 데이터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한다. 참 철저한 메이커다.
제일 궁금한 출력을 보면, 8오옴에 무려 500W를 내고 있다.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구동이 될 만한 내용이며, 실제 800D를 갖고 노는 데에서 그 실력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았다. 그러므로 시청 내내 여러 CD를 재미있게 들었음은 물론이다. 참고로 이번 시청에 쓰인 CDP는 에소테릭의 P03 & D03 콤비다.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나인 얀센(바이올린)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No. 24" 예프게니 키신(피아노) - 이글스 "Take the Devil" - 마일스 데이비스 "Summertime"
우선 얀센을 들어보면, 바이올린에 살집이 적절하게 붙어있고, 빼어난 스피드가 인상적이다. 준민하게 제비가 날개짓하는 그림까지 그려진다. 힘과 기교가 조화를 이룬 연주를 그때 그때 백업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과 잘 포착되어, 집중력을 갖고 듣게 한다. 역시 디테일 묘사가 빼어나,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혼 섹션의 포효나 지판을 짚는 미세한 손놀림, 타악기의 순간적인 어택 등이 정확히 포착된다. 이 작은 몸체에 참으로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숨어 있음에 놀라게 된다.
키신의 연주는, 과거 대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기품과 따스함이 가득한데, 여기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라이브 녹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관객들의 기척감이나 기침 소리 등이 포착되고, 홀의 크기나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잔향이 뛰어나다. 피아노로 말하면, 터치 하나하나가 명료하게 다가오면서 그 강약, 장단이 손에 잡힐 듯하다. 모차르트 특유의 재기발랄한 부분도 잘 잡아내서, 음악성이라는 면에서도 보다 풍부해진 느낌이다.
이글스의 연주는, 인트로부터 바닥을 치는 킥 드럼의 에너지에 놀라게 된다. 우퍼를 확고하게 움켜쥐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어쿠스틱의 긁는 소리가 주는 시원함이나 악마와 같은 일렉트릭 기타의 솔로, 싱싱한 보컬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특히 정중앙 뒷편에 자리잡은 드럼 세트는, 킥 드럼부터 심벌즈까지 전체 모습이 풍부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정도의 고품위한 록 재생이라면, 클래식 애호가들도 한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일스의 연주는, 길 에반스 악단의 반주를 받은 거침없는 솔로인데, 뮤트 트럼펫 특유의 개성과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절대로 신경질적이지 않으면서 미묘하게 톤 조절을 하고, 박자를 읽어내는 대목이 섬세하게 포착된다. 왜 오디오에서 디테일이 중요한지 절감하는 순간이다. 노이즈 저감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온 제프의 야심은 여기서도 멋지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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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출력: |
500 watts @ 8 ohms / 1000 watts @ 4 ohms per channel |
주파수 응답: |
5 Hz – 45 kHz, -3 dB @ 8 ohms |
피크 출력 전류: |
35 amps / 40 amps |
다이내믹 레인지: |
120 dBa |
임피던스 레인지: |
3 ohms – 16 ohms |
입력 임피던스: |
48 k ohms |
THD + 노이즈: |
< 0.1%, Typically .01% @ 1 kHz |
댐핑팩터: |
> 1000 @ 1 kHz |
게 인: |
프리앰프부: 14dB, 파워앰프부: 26dB |
볼륨 레인지: |
99.5 dB |
볼륨 스텝: |
- 0.05 dB Over Entire Range |
CMRR: |
> 85 dB, 20 Hz to 20 kHz |
입력단자: |
밸런스 2계통(xlr), 언밸런스 2계통(RCA) 언밸런스 1계통(RCA), 유니티 게인(Bypass) |
출력단자: |
밸런스 1계통(xlr), 언밸런스 1계통(RCA) 밸런스 1계통 CE-Approved Speaker Wire Clamp |
소비전력: |
아이들 - 35W , 최대 2000W |
전원공급: |
SMPS, active power factor correction (PFC) |
중 량: |
20kg |
크기: |
W394 x H135 x D380 (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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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파이클럽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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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Rowland] Continuum 500 *제프롤랜드(JEFF ROWLAND) Continuum500 인티 |
제프롤랜드(JEFF ROWLAND) Continuum500 인티앰프 : 500W + 500W(8옴) |
인티앰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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