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1일 토요일

EKCO(에코) EV55SE 영국 귀족의 귀환 명품 진공관 인티앰프!!!

EKCO(에코) EV55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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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빈티지 계통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브랜드의 이름을 듣고 가슴 설렐 수도 있겠다.
그 주인공은 에코(EKCO)로, 과거 라디오 및 TV 제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바 있고, 심지어 핵 관련 기술까지 축적한 바 있다.
이 전설적인 메이커의 새로운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듯하며, 드디어 한국에도 상륙,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에코의 뜻부터 살펴보자. 실은 창업자 에릭 커크햄 콜(Eric Kirkham Cole)에서 따온 것으로, 정식으로는 “E.K.Cole Limited"의 준말이다.
이분은 1901년생으로 당연히 지금은 타계했다. 초기 오디오사에서 특히 라디오 제작에 큰 기여를 했던 바, 무엇보다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특허를 얻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 회사가 얼마나 번창했냐면 2차 대전 후, 미국은 물론 남아공, 인도에까지 공장을 건설한 점이다. 또 TV 생산에도 박차를 가해 1960년대에는 포터블 TV까지 양산한 바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이 주는 훈장까지 받았으니, 혹 에코 로고가 붙은 제품을 만난다면 큰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한동안 역사의 저편에 묻혔던 이 회사의 부활은 최근의 일로, 그 1호작이 바로 본 기다. 정식 모델명은 EV55SE다. 출력관으로 KT88을 채널당 2개씩, 총 4개를 사용했다고 밝히면 대개 지레짐작, 어떤 음이 나올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심지어 그 대단한 에코의 부활작이 겨우 KT88이냐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피고, 음을 들으면 한 방 단단히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사실 진공관 앰프의 설계라는 것은, 그 노하우나 접근법이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여서 어지간한 솜씨 갖고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그런데 본 기의 음을 듣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스펙을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통상의 어프로치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 오히려 역발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입력단을 보자.
보통 100mV를 거는 데 반해 본 기는 300mV나 한다. 이렇게 입력단에 강한 전압을 걸었으면 당연히 출력도 75W 이상 나와야 하는데, 놀랍게도 55W에 그치고 있다.
대체 이 안에 어떤 테크닉을 넣었단 말인가?



또 흥미로운 것은 두 개의 얼굴, 그러니까 3극관 혹은 5극관 증폭으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전자로 하면 3극관 싱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상당히 델리케이트하고 투명한 음이 나오고, 후자로 가면 음향이 풍부하고,
다이내믹하면서, 당당한 스피커 구동력까지 얻을 수 있다. 사실 하나의 앰프를 갖고 이런 식의 변신을 기하는 방식은 최근에 종종 발견할 수 있지만,
대개 고가의 제품에 국한되어 있다. 그 점에서 본 기의 변신은 무죄라 추정된다.
여기서 잠시 외관을 살펴보자. 과연 에코라는 브랜드에 어울릴 법하게 고전적이며, 존재감이 강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입력단은 총 5개인데, 그냥 숫자로 1, 2, 3 하지 않고, 디스크 1, 2, 테잎 등 과거 명기들이 사용하던 부분을 답습했다. 그러므로 얼핏 생각하면 전성기 에코가 내놨던 앰프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검은색으로 마무리한 섀시의 중후함이나 그 옆에 목재 패널을 대서 멋을 낸 점 등은, 역시 이 정도 메이커가 부릴 수 있는 멋이 아닐까 한다.
이 디자인에 관해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진공관 앰프라는 컨셉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호소력이 있다.
또 스피커단을 두 쌍으로 한 바, 각각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필자 같으면 하나는 팝, 재즈용 또 하나는 클래식 용 스피커를 준비해서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기의 시청을 위해 몇 종의 스피커를 들어봤다. B&W의 PM 1과 린의 사라를 각각 동원했는데,
모두 영국제인 만큼, 브리티시 사운드의 기저를 흐르는 공통점이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우선 들은 것은 마틴 그루빙거의 음반. 타악기 위주로 사운드 이펙트가 대단하고, 저역의 펀치력도 엄청나서 기기 검청용으로는 제격이다.


그런데 KT88의 호방함보다는 보다 단아하고, 잘 컨트롤된 음향이 연출되어 과연 본 기가 통상의 KT 88 앰프와 다르긴 다르구나 판단이 되었다. 사실 여태 이 음반은 누가 놀러오면 뭔가 깜짝 놀래킬 때 주로 썼지만, 여기서는 음악적인 흐름이나 아티스트의 의도 같은 것을 중심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이어서 다니엘 호프가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원래 상당히 세밀하고, 신경질적이라 할 정도로 꼼꼼한 연주인데, 여기서는 그런 해상도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컨트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원곡이 가진 우수나 스산함이 적절히 배어있어, 다소 기교파로 들릴 수 있는 음원에 묘한 향기를 불어넣은 듯했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를 들었다. 사실 동원된 스피커의 성격으로 볼 때 미국식의 호방한 음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재킷에 나온 그림 그대로 턱시도를 입은 연주자들의 단정함과 온화함이 잘 배어있어 재즈, 하면 시끄럽다고 고개부터 내젓는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음향이다. 피아노의 명징함이나 더블 베이스의 명쾌한 라인, 드럼의 스윙감 등이 적절히 배어 있으면서도 가볍게 발장단을 맞출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결론적으로, 본 기를 이리저리 만져보니 아무래도 5극관보다는 3극관 모드가 더 나았고, NFB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편이 좋았다. 하긴 이런 앰프를 구입할 때는 에코라는 메이커가 주는 이미지에 걸맞게, 어딘지 모르게 노스탤직하고 멜랑콜리한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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