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Mcintosh(매킨토시) ma7000 인티앰프....

매킨토시 MA7000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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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것은 꼭 오디오에만 국한된 잣대는 아니다.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일정한 형태의 디자인을 갖고 있는 만큼, 가히 디자인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얼마 전에 넥타이를 하나 고르려고 숍에 갔다가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저 많은 제품들 중에 도무지 뭘 골라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대하고 말았는데, 거의 질려버릴 만큼 많은 디자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대리 창작”이라는 것이다. 즉, 직접 본인이 창작하지 않아도, 이미 나와있는 숱한 옵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일종의 창작 행위라는 것이다. 이미 넥타이 숍에서 경험했듯, 수많은 디자인 중에 자신의 기호와 아이덴티티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는 것이 상당한 고민과 갈등 속에 이뤄지기 때문에 일종의 창작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당연히 오디오에서도 이런 개념을 도입할 수 있고, 따라서 디자인이 떨어져도 소리만 좋으면 그만이다, 라는 이야기는 약간 재고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음을 찾는 과정도 일종의 대리 창작이므로, 이런 개념을 꼭 디자인에만 국한시킬 수 없지만 말이다.

오디오에서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제품은 우선 탄노이의 웨스트민스터다. 아무래도 나이 든 세대에 속하는 필자인지라, 이 스피커를 보면 일단 탄성이 나오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을 받는다. 볼 때마다 넓은 공간에 턱 하니 들여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좋다. 일종의 조각이나 그림을 사둔다는 생각으로 갖고 싶다.



또 JBL의 S9500은, 그 수려한 디자인으로 처음 실물을 봤을 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발상으로 혼 스피커의 약점을 교묘하게 극복해서 이렇게 멋진 오브제로 만들었을까 탄성이 나왔다. 구형 크렐 앰프 역시 디자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소 얇은 느낌의 프리앰프는 결국 손에 넣고 말았는데, 자주 샤시를 쓰다듬으며 웃곤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의 제품으로는 롤프 켈쉬의 턴테이블이 떠오른다. 저 황금빛 기둥이 자아내는 고품위한 느낌은 어느 유럽 귀족의 응접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고 또 탐미적이다. 소리에도 역시 그런 맛이 있어서, 언젠가는 꼭 손에 넣겠다고 결심했다.


한데 이런 취향은 상당히 개인차가 심해서, 저런 제품의 뭐가 멋지다고 찬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모 잡지는 자주 오디오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척도로 삼은 제품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 중 본인의 마음에 드는 제품은 별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앞서 들은 제품들 중 일부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전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데 매킨토시라면? 아마 오디오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포함해도 이 디자인에 눈살을 찌푸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킨토시의 디자인은 벤츠나 라이카나 몽블랑처럼 고전 중의 고전이고, 일종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공관식이던 트랜지스터식이던 별로 상관이 없고, 저가형이던 고가형이던 역시 구분할 수 없다. 그냥 매킨토시면 되는 것이다. 만일 이런 디자인이 싫다면 벤츠나 라이카도 그저 그렇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자기 좋을 대로 하십쇼, 라고 말하는 수밖에.


숱한 매킨토시 제품 중에 필자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을 한다면 첫 번째 제품이 MC500이다. 양쪽에 손잡이가 부착되고, 중앙 위쪽에 커다란 파워 미터가 나있는 8오옴에 채널당 500W를 내는 이 제품은 매킨토시 제품 중 최고의 디자인이라 확신한다. 황금률이라 불러도 무방할 절묘한 분할 감각과 수려한 일루미네이션은 역시 보고만 있어도 넋이 빠진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MA7000 역시 첫눈에 그냥 빠져들고 말았다. 어찌 보면 MC500을 베이스로 해서 인티 앰프라는 컨셉에 맞게 개량한 게 아닌가 싶은데, 솔직히 이전의 MA6880이랄지, MA6900에서 어딘지 모자란 듯한 부분이 이번에 완벽하게 채워지면서,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멋진 외관을 완성한 것이다. 살루트! 두 손을 번쩍 들고 찬미할 만한 레이아웃이다.

사실 MA7000에 관한 기사는 이전에도 쓴 바가 있고, 여러 시청 환경에서 들은 적도 있어서 이번 리뷰가 낯설지 않다. 볼 때마다 우선 저 커다란 덩치에 놀라고, 의자에 앉아 바라보면 그 수려한 자태에 넋이 빠진다. 일단 이렇게 첫 인상부터 주눅이 들은 만큼, 리뷰에도 이런 기분이 반영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다행히 이번에는 친숙한 하이파이 클럽 시청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데다가, 그간 충분히 눈에 익었으므로, 차분하게 스펙과 성능을 따져보고, 미리 준비한 CD를 들어보며 시청 리포트를 쓸 수 있을 것이다.



MA7000은 여러 면에서 유니크하다. 디자인의 요소만 갖고 그런 것이 아니다. 8오옴에 무려 250W를 내는 괴물이라는 점에서 그런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음이 좋다. 단순히 좋은 게 아니라, 이전에 매킨토시 하면 연상되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디테일이 약간 분명치 않은, 좋게 말하면 듣기 좋게 넘어가는 듯한 인상이 전혀 없다.


마치 하이 엔드 제품을 대하듯, 음 하나하나를 분석적으로 드러내며, 결코 놓치는 음성 신호가 없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탁월해서, 과연 오랫동안 음을 만진 메이커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전체적으로 전망이 좋아졌고, 인상이 밝아졌으며, 하이스피드해졌다. 이번에 메리디언 G08.2(전작과는 압도적일 만큼 차원이 다르다)을 연결하자, 그 잠재력이 무시무시할 만큼 발휘되어, 듣는 중간에 깜짝깜짝 놀랐다. 이거, 매킨토시가 맞아, 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그럼 MA7000에 투입된 신기술부터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전면에 나있는 각종 셀렉터 단자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다기능이 눈에 띈다. 전통의 파이브 밴드 이퀄라이저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미세 조정을 통해 원하는 음의 성격을 만들어낼 수 있고, 포노단이 제공되는 다양한 인풋 단자는, CDP나 LP뿐 아니라, DVD, 튜터, 비디오, 게임기 등을 커버해서 활동 범위를 한껏 넓히고 있다.



윗면을 보면 중앙에 커다란 전원 트랜스가 보이고, 그 양쪽으로 매킨토시 특유의 출력 오토포머가 배치되어 있다. 우선 전원 트랜스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커다란데, 여기에 다중 필터 캐패시터, 레귤레이티드 파워 서플라이 등이 설치되어 불안정한 입력 전원에도 일체의 노이즈가 없는 동작을 이루고 있다.


출력 오토포머는 일반적으로 TR 앰프의 경우 불필요하지만, 동사는 일관되게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매칭되는 스피커가 2/4/8오옴 등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매칭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매칭이 적절하게 이뤄지면 음질상의 이점은 당연한 것이고 더불어 수명도 오랜 기간 연장된다.
한번 사두면 평생 쓰는 제품이 매킨토시라는 것은, 이런 기술적 배려 속에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보호 회로를 접목시킨 점 또한 스피커를 다치지 않게 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본 기에는 전자 마그넷 스위치가 대거 동원됐다. 이는 디지털 로직 IC가 컨트롤하며, 스위치 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질 열화를 철저하게 축소하고 있다. 전면 패널을 자세히 보면, 이런 접점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패널 자체는 불활성 무산소의 기체로 채워진 유리 튜브이고, 그 안에 금과 로듐, 투테늄으로 도금된 물질을 이용해서, 이상적인 접점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블루 아이즈 파워 미터가 제공되는 것은, 한밤에 불을 꺼놓고 감상할 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체적인 일루미네이션은 예전에 램프를 쓴데 반해 지금은 LED를 사용함으로써, 조명이 더욱 선명하고 수명도 길어졌다. 가만히 파워 미터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 보면, 이 앰프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져 더욱 음악을 어쿠스틱하게 변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상상은 아닐 것이다.


그 외에 40 이상의 댐핑 팩터를 실현한 점, 전고조파 왜율을 0.005% 이하로 줄인 점 등 스펙상 확연히 개선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며, 최근 일본의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 사운드지에서 상을 준 것이 우연이 아님을 반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본 기를 이동시킬 때에는 꼭 두 사람이 필요하다. 무려 무게가 45Kg에 달하니까. 어지간한 파워 앰프도 이보다는 가벼우니, 상당히 놀랄 것이다. 하긴 앰프는 무거울수록 좋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어지간한 물리적 힘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그 무게만큼이나 신뢰감이 더해진다.


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된 기기는 소스를 메리디언의 G08.2를 고정한 가운데, 스피커는 엘락의 신형 모델 249와 B&W의 구형 모델 노틸러스 802를 사용했다. 그런데 두 스피커의 개성이 확연히 차이를 보일 정도로, 재생음의 성격이 달라서 흥미롭다. 아무래도 고품위한 클래식을 중심으로 한다면 엘락이 좋고, 록과 재즈를 포괄하는 필자와 같은 잡식성에는 B&W가 괜찮다.


특히, 노틸러스 802는 구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채용한 신형처럼 풍부하고, 화려한 고역이 재생되어 깜짝 놀랐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스피커를 소유했거나 혹은 들은 바 있을 것이라 보고, 이번 시청 리포트는 B&W를 중심으로 하겠다.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모차르트 : 피아노 트리오 6번 / 안네 조피 무터 (vn), 앙드레 프레빈(p f ) 외

-쇼팽 : 피아노 협주곡1번 / 아르투르 루빈슈타인(p f )

-Cannonball Adderley : Waltz for Debby

-Keiko Lee : Night & Day

모차르트는 일단 상큼하다. 기존의 매킨토시와 비교하면 조명을 밝게 켜고, 인테리어도 화사해진 공간에서 서로가 미소를 지으며 연주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힘있게 거침없이 고역으로 치솟는 바이올린이나, 타건에 에너지가 실려서 긴 잔향을 이루는 피아노, 바닥을 긁는 듯한 첼로 등, 각 악기의 개성이 확연히 살아난 가운데, 전체적인 하모니가 절묘하다. 특히 바이올린에는 요염한 기운까지 서려서, 과연 신세대 매킨토시다운 성격을 발휘하고 있다.



쇼팽의 경우, 루빈슈타인의 고전적이면서 격조 높은 연주가 당당하게 다가와 숨이 멎는다. 오케스트라의 움직임도 기민하고 일사분란하며, 순간순간 위로 치솟는 바이올린군과 저역부를 강타하는 첼로군의 대비가 뚜렷할 뿐 아니라, 갑자기 출몰했다 사라지는 혼 섹션의 움직임도 낱낱이 포착한다. 과연 250W로 울리는 3웨이 스피커의 가공할 만한 광대역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가 좋다. 메리디언~매킨토시~B&W는 에릭 클랩튼의 크림 이후 최강의 트리오라 할 만하다.


캐논볼 애덜리는 일단 드럼의 에너지가 압권이며, 천장을 치는 듯한 화려한 심벌즈 웍에서 과연 재즈 특유의 활기가 시청실을 가득 채운다. 거기다 아무 거리낌없이 부는 캐논볼의 알토 색스는 심지가 굳고 단단해서 음 하나하나가 절실하게 가슴을 메운다.

원래 재즈에 강점을 보이는 매킨토시인 만큼, 순간 이 스피커가 JBL인가 싶을 정도로 멋진 재생음이 되었다. 게이코 리 역시, 일단 출중한 스윙감을 바탕으로, 다소 허스키하게 부르는 그녀만의 개성이 뚜렷이 포착된다.
중간에 백업하는 브라스군의 중후함은 특필할 만하고, 더블 베이스의 성큼성큼 걷는 듯한 터치도 기분좋게 저역을 채운다. 중간에 아트 파머가 연주하는 솔로는 풋워크가 가벼우면서 기백이 넘쳐 잠시나마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인상이다.


사실 특정 장르에 강점을 지닌 앰프나 스피커는 많다. 그러나 록, 재즈, 가요, 클래식,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일정 수준 이상 재현하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축구나 야구처럼 한 종목만으로 우열을 가린다면 매킨토시는 넘버 원이 되기 힘들지 모르지만, 올림픽처럼 여러 종목을 골고루 거친 후 종합 점수로 매긴다면 매킨토시를 능가할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범용성과 합리성이 바로 이 회사의 강점이며, 그 중에도 본 기는 그런 장점을 모두 모아놓은 제품이다.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겠는가?

[하이파이 클럽 이종학 리뷰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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