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간편하고, 조작이 쉬운 이른바
똑딱이쪽에 집중했다. 그 결과 LX 시리즈부터 NEX 시리즈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언젠가 이쪽 관계 기사를 쓰게 되면 나름대로 사용기 정도는
올릴 자신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똑딱이는 똑딱이. 결국 힐끔힐끔 DSLR쪽도 노크하게 되었는데, 이른바 중급기라 불리는
50D나 D300까지 돌아다니다가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어차피 이런 본격파에 오게 되면 풀 프레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바, 이른바 배낭
여행 내지 뚜벅이로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NEX-7으로 그럭저럭 만족하고
지낸다.
그런데 이처럼 디지털 카메라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변천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하이엔드
디카라고 해서, 크기는 작지만 성능이 뛰어난 제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화소수만 해도 2천만이 넘고, 이미지 센서의 크기도 놀랍도록 커졌다. 불과
몇 년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풀 프레임쪽에서도 진화를 거듭, 오히려 그에 걸맞는 렌즈군이 아쉬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시각을 스피커로 돌려보자.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뮤직 파일의 경우, 24bit/196KHz까지
나온 실정이다. 솔직히 이 정도 스펙이면 양질의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LP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새로 녹음된 소스의 경우, 다이내믹
레인지나 스피드가 놀라워서, 어지간한 스피커 갖고는 제대로 된 재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비유하면, 거의 4천만 화소짜리
카메라를 만들어놓은 셈인데, 당연히 그에 걸맞는 렌즈가 문제가 된다.
이번에 만난 다인오디오의 창립 30주년 기념작 컨시퀀스 얼티미트 에디션(Consequence Ultimate
Edition)을 보니, 그 출사표가 당당하다. 바로 24bit/196KHz에 대응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사실 본 기는 두 번째 작품으로, 그
전신은 1984년에 나온 컨시퀀스다. 약 30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컨셉으로 스피커를 만든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터인데, 바로 이
출사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리지널 모델 당시 디지털이라곤 CD가 전부였고, 그나마 레드북 포맷의 형태로서 16bit/44.1KHz에
불과했다. 지금의 최고 사양 디지털 파일을 생각하면 비교하기가 뭐할 정도다.
그럼 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졌을까? 뭐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항목이 많아져서 원고량이 부족할 정도다. 개개
유닛의 차이라던가, 인클로저의 제작 방식, 네트웍의 설계 등 파고 들면 한이 없다. 단, 오리지널 제품이 발매 당시 스피커 역사를 10년은
앞당겼다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진보적이었기에, 이런 튼튼한 배경을 가진 신제품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본 기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사운드 스테이지다. 그냥 단순히 스케일만 크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안을
각종 음성 정보로 가득 메운다. 또 이런 거대한 무대를 메우려면, 아무래도 양질의 LP나 24/196 포맷은 필수라 하겠다. 따라서 본 기를
구입한다면, 당연히 소스쪽에 개량이 이뤄져야 할 듯하다.
둘째로 언급할 것이 바로 저역대의 신장. 무려 17Hz까지 밑으로 뻗는다. 제대로 앰프를 물리면 바닥을 구르는
저역의 압박감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간 많은 제품들이 CD의 포맷에 맞춰 20Hz 이하는 꿈도 꾸지 못한 상황에서, 이 부분은 확실히
진일보한 부분이라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디테일. 그야말로 놀라운 해상력을 보여준다. 디지털 카메라로 치면 4천만 화소 가까이
무장한 D800이나 그 이상이라 해야 할까? 하긴 파일이나 소스가 진화한 만큼, 그 엄청난 음성 정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이 정도 클래스의
스피커는 기본이라 하겠다. 향후 4K 방식의 HD 포맷이 정착될 경우, 요구되는 TV의 최소 크기가 80인치라고 한다. 정보량이 많아지면,
렌즈건 디스플레이건 스피커건 어느 정도 대형화는 필수인 셈이다.
사실 이전에 다인오디오를 주재하는 빌프리드 에렌홀츠(Wilfried Ehrenholz)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인터뷰 내용은 본 웹진에 소개된 바도 있어서 참고할 만도 한데, 여기서 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다인오디오라는 브랜드 네임의 의미. 일본에서는 디나오디오라고 발음한다. 이를 봐서 덴마크 언어로 특별한
뜻을 갖고 있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그러나 에렌홀츠씨의 답변은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바로 다이내믹 오디오의 준말이라는 것이다.
아하!
그럼 다이내믹스가 다인오디오가 추구하는 음향 철학의 핵심이라는 말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를 위해 동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퍼커의 개량을 이뤄왔다. 우선 드라이버부터 보자. 마그넷 시스템의 경우, 철제 프레임을 씌워 자력을 보호했다. 이 경우, 보다
강력한 힘을 코일에 전달할 수 있고, 그게 결국 유닛의 움직임에도 관여하게 된다. 당연한 이치다.
보이스 코일은 어떤가? 코퍼가 아닌 알루미늄을 채용, 보다 경량화를 이뤘다. 통상의 다른 회사 제품에
비교하면 약 80% 정도 가벼워진다. 이럴 경우, 구동력이 좋아지고, 다이내믹스가 신장되며, 레조넌스에서 보다 자유로워진다. 그러므로 동사의
제품들은 자료에 나와있는 스펙에 비해 훨씬 구동이 쉽다.
한편 드라이버를 보면 그 뒷부분, 그러니까 폴 피스 부근에 구멍을 파서 유닛이 진동할 때 뒤로 빠지는
음을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해놨다. 당연히 앞으로 빠지는 음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인클로저는 어떤가? 기본적으로 HDF를 채용하되, 다양한 형태의 목재를 동원했다. 그 경우 각각이 가진
레조넌스 주파수가 다르므로, 서로 흡수하는 장점을 지닌다. 본 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총 4개의 챔버로 구성된 점이 흥미롭다. 우선 맨 위에
저역부가 있고, 그 밑에 중고역부가 있으며, 그 뒤로 음을 뒤로 빠지게 하는 챔버가 있으며, 밑에 단단히 스피커를 받치는 베이스부가 있다.
이것은 굵직한 스파이크로 또 받쳐져서 일체의 진동에도 영향이 없도록 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여타의 스피커들과 정반대로 유닛을 배치한 점이다. 대개는 밑에 우퍼를
두고, 그 위로 중역, 고역 하는 식의 피라밋 형태를 이루는데, 마치 컬럼부스의 달걀처럼 본 기는 거꾸로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면 혹시
사운드 스테이지도 거꾸로 맺혀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히 음을 들어보면, 베이스를 맨 위에 배치한 데에 따른 이점도 느껴진다. 우선 바닥과 훨씬 떨어져
있어서 그 영향에서 자유롭다. 마치 허공에 자유스럽게 음이 떠 있는 듯하다. 당연히 반응이 기민하고, 훨씬 깊은 저역을 낸다. 실제 콘서트나
클럽에서 듣는 베이스 음과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스피커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을 점검해서, 하나하나 개량을 거듭한 다인오디오의 역사는 그 한편으로
스피커 자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기술력의 총집합이 본 기인 만큼, 이는 단순한 기념작을 넘어선 대단한 성과라 해도 좋으리라.
미래 스피커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개인적으로 에렌홀츠씨를 만나면서 놀란 점이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겨우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다인오디오를 창업한 점이다. 물론 당시 스캔스픽에서 여러 기술자들이 퇴직하는 바람에 그들을 붙잡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무튼
대단하다고 보인다. 그 나이 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또 하나는 강력한 카리스마. 이 거대한 회사를 직접 키우고 관리하는 사람다운 포스가
상당했다. 본 기를 접하면서 그의 이미지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4/196 시대에 걸맞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선언은 직접 본 기를 들으면 결코 과장이 아니라 보여지고, 왜 이 시대에 이런 제품이 나와야 했는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한편 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한 기기들은 다음과 같다. 다즐 NHB-18NS 프리 및 다즐 NHB-485 파워
앰프, 소스는 메리디언의 술루스를 사용했다. 다즐의 모노 파워 앰프는 컨시컨스의 모든 능력을 이끌어내어 완벽한 매칭을 보여주었다.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니네 얀센(바이올린) -멜로디 가르도 《Worrisome
Heart》 -자니 하트먼 《Charade》 -더 후 《My Wife》
우선 멘델스존을 들으면, 사뿐하게 다가오는 저역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바이올린의 음이 날카롭지
않으면서 또렷이 위로 치솟는다. 악단의 사이즈나 스케일은 충분히 한쪽 벽을 장악할 만하며, 스피커 양편 너머로도 확장이 된다. 그 안에 가득한
음성 정보에 대해선 거의 눈이 부실 수준. 거기에 반응이 빠르고, 전대역이 고르게 파탄 없이 나와 과연 잘 만들어진 스피커란 인상이다.
대형기면서 소형기가 갖는 기민함을 아울러 갖췄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멜로디 가르도의 노래엔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한다. 드럼부터 올갠, 피아노, 기타, 베이스, 트럼펫 등이 촘촘히
무대를 채우고 있다. 여기에 멜로디는 강한 카리스마로 노래한다기 보다는 다소 소곤거리는 스타일. 그러므로 악기에 보컬이 잠식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절묘하게 재생된다. 풍부한 음성 정보를 바탕으로 오소독스하게 악기와 보컬이 배열된 부분이 상당히 일목요연해서, 눈을 감으면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자니 하트먼의 노래는 다소 거친 듯한 60년대 녹음인데, 그런 매력이 충분히 발휘되어 나온다. 이런 녹음이
너무 말쑥하다면 정말로 이상한 것 아닌가. 더구나 하트먼의 구성지고, 따스한 바리톤 보이스는 멜랑콜리하게 맛도 낸다. 중간에 펼쳐지는 테너
색소폰의 구수한 애드립은 저 환상적인 시절의 재즈가 지닌 풍미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가장 좋은 스피커는 소스의 정보를 일체의 누락없이 또
컬러링없이 뽑아내는 데에 있다. 거기에 적절한 음악성까지 담겨 있으므로,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바꿔 더 후를 들어봤다. 파괴적인 키스 문의 드럼이 압박하듯 쏟아지고, 거친 기타
음은 소름이 돋을 만큼 나이내믹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처음 다인오디오의 소형 스피커를 들었을 때 이 작은 몸체에서 터무니 없이 광대한
사운드가 나와 당황한 기억이 있다. 이제는 본격파 대형기다. 만지면 만질수록 어떤 음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이 종학 (Johnny Lee)
Specification |
Sensitivity |
85 dB (2,83 V/1 m) |
IEC Power Handling |
> 400 W |
Impedance |
4 Ohms |
Frequency Response |
17 Hz – 30 kHz (± 3 dB) |
Box Principle |
5-way Vented Compound System |
Crossover Frequencies |
800 Hz / 1400 Hz / 2700 Hz / 15000 Hz |
Weight |
114.0 kg |
Dimensions (W x H x D) |
430 x 1330 x 630 mm(17.0 x 52.6 x
24.9") |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