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DM 3/7
다인오디오라는 브랜드는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한 번쯤 거쳐야만 했던 통과의례와도 같은 친밀감 혹은 경외감으로 다가오곤 했다. 90년대 덴마크에서 날아온 다인오디오가 우리나라에서 선보였을 때 불었던 그 엄청난 열기는, 특히 북쉘프 모델계에서는 가히 토네이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스피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현대적인 사운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 스피커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높은 수준의 질감과 예민한 디테일, 환상적인 밸런싱을 가지고 있었다. 한 마디로 게오르그 솔티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근육질적이면서도 단단하며 한 음 한 음이 꽉 차 있는 사운드를 처음 들었을 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충격에 비견할 수 있을까, 다인오디오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스피커 사운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다인오디오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필자 주위에도 상당수의 지인들이 이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다른 무엇보다도 다인오디오 특유의 엄청난 에너지감과 환상적인 입체감이 주는 매력을 능가할 만한 대체물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음악 감상실에서는 오랫동안 거대한 컨시퀀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십 명의 시청자들이 모인 환경에서도 장르에 구분 없이 강렬한 음악의 감동을 뿜어내며 그 자리에 모인 다양한 성격의 영혼들을 교화(?)시키고 있다. 이렇듯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다인오디오의 흡인력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가격대를 떠나 다인오디오의 모든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클래시컬한 외관과 현대적인 음향 특성 사이에서 일관되고도 고집스러운 특성을 추출해내는 전통이야말로 이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현재까지 컨피던스와 컨투어 같은 하이엔드급 모델과 더불어 Focus, Audience, Excite 시리즈 등등과 같은 다양한 보급형 라인업들이 발매되었다. 그러나 이들 보급형 라인의 사운드는 제작비용 및 사이즈에 따른 다운그레이드가 아니라 상급기의 압축형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다인오디오가 다소 울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저출력 앰프를 매칭하더라도 시원스러운 사운드를 충분히 낼 수 있을 만큼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 다인오디오는 AV 환경에 적합하도록 톨보이와 북쉘프, 센터 스피커, 우퍼까지를 제작하여 시대에 발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라인업인 DM 시리즈로 이어지며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 소개할 다인오디오 DM 3/7는 DM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3웨이로서 수많은 플로어 스탠드 스피커군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실력기로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DM 시리즈는 2/6, 2/7, 2/8, 2/10(Way/Inch) 등등의 모델이 출시되어 그 사운드의 퀄리티와 저역의 규모를 다양화시켜왔는데, 이제 북쉘프형 캐비닛을 벗어나 톨보이형 캐비닛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DM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0인치 우퍼에서 쏟아지는 놀라운 사운드를 보여준 DM 2/10에서 이미 북쉘프의 정점을 찍었던 바, 플로어 스탠드형이라는 확장된 캐비닛에서 또 어떠한 특징을 순차적으로 보여줄지 내심 기대가 크다.
6.4인치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 미드/베이스 유닛 두 개와 1인치 고음 돔 트위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DM 3/7은 확실히 2웨이 라인업에서 보여준 바 있는 음색과 밸런스를 간직한 상태에서 보다 역동적인 스케일과 강력한 에너지감을 더한 모습을 보여준다.
외관상으로는 3웨이 플로어 스탠드형인 Excite X32나 Focus 220과 닮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가장 저가인 DM 시리즈가 상위 시리즈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 미세한 심리적 차이점과 몇몇 음향적 특성을 제외한다면, 이 막내 시리즈인 DM이 보여주는 실력은 바로 상위 시리즈의 특성을 슬림한 사이즈와 댄디한 스타일로 재무장한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기 때문이다. 후면부 하단에는 덕트가 한 개 위치하고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형이고 그 덕트 밑에는 다인오디오의 고집스러운 싱글 케이블 단자가 위치하고 있다.
시청은 하이파이클럽의 시청실에서 이루어졌고 매칭 기기로는 메리디안 술루스(sooloos)와 USB 케이블로 연결한 에밀레에서 새로 선보인 아라 인티 앰프를 선택했다. 특히 다인오디오 DM 3/7은 자사의 음향 특성을 고수하고자 전통적인 스펙인 86dB/4옴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아라 인티 앰프의 4옴 스피커 출력단에 연결하여 그 특성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 옛 광우전자의 명성을 담아낸 아라 앰프의 진공관적 특성과 최첨단 뮤직 센터인 메리디안 술루스의 특성이 이 스피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심사였다.
첫 음을 울렸을 때의 그 소중한 느낌부터, 다인오디오가 가지고 있는 그 범용적인 특성과 전통적인 특성이 빛을 발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다인오디오에 대한 추억까지도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다.
중역대의 충실도와 음색을 먼저 확인해보기 위해 여성 보컬로 조안 바에즈와 카를라 부르니를 시청해 보았다. 우선 반주악기인 기타에서 기인하는 섬세한 핑거링과 미세한 배음이 압권이다. 더군다나 인클로저를 가득 채우는 음장감과 근육질적인 질감에도 불구하고, 오버사이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확한 스케일과 명료한 정위감은 역시 다인오디오의 훌륭한 적자임을 증명해 보였다. 한편 보컬 사운드는 촉촉하면서도 엣지가 분명하여 가수들의 발성과 발음을 한층 명료하게 만들어주는데, 이 모습으로부터 상위 라인업의 3웨이 스피커들과는 또 다른 DM 3/7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음영이 드리워진 다인오디오 특유의 톤 컬러를 바탕으로, 그 위에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공기감은 이 모델만의 묘한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홋카이도산 니혼슈 가운데 치토세츠루(千歲鶴)라는 청주가 있는데, 이는 북해도산 쌀이 주는 세미드라이 취향의 깔끔함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맛이 숨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지방 특유의 얼음이 녹은 물이 주는 미네랄적인 쾌감이다.
이탈리아 생수인 생 펠레그리뇨에서 느낄 수 있는 미끈하면서도 미뢰를 자극하는 그 독특한 맛을 연상하면 될 것 같은데, 이 스피커에서는 유닛에서 비롯하는 특유의 직접음과 스피커의 물리적 조건에서 기인하는 반사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향기(그러나 대단히 정확한)가 신선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대편성 음악에서 미세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Mercury)에서 탬버린과 같은 타악기들의 섬세하면서도 특징적인 톤 컬러와 디테일이 전체의 다이내믹과 진행을 결정짓는 새로운 오브제로 떠오르는가 하면, 아타울포 아르헨타가 지휘한 <에스파냐>(DECCA)에서는 목관의 향기가 킹스웨이 홀의 공기를 가득 메우며 금관과 현과의 새로운 밸런스로 다가오는 모습은 적지 않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한편 호르헤 볼레가 연주하는 (DECCA)에서 벡슈타인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타건의 모습은 건반과 해머, 현의 메커니즘이 마치 기타줄을 손톱으로 튕기는 듯 기민하면서도 심플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기에 악기의 자연스러운 배음, 심지어 소스테누토 페달의 움직임과 핑거링의 타이밍까지가 정확하게 표현되며 다인오디오 특유의 밀도감 높은 디테일을 만끽할 수 있다.
다인오디오의 DM 3/7은 비교적 새로운 모델이 자주 등장하는 톨보이 스피커 라인업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핫이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업체들은 AV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각자의 개성과 특성으로 무장한 다양한 플로어 스탠딩형 스피커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 가운데 DM 3/7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즉 모든 소스에 대한 넓은 포용력과 현대적인 댄디함을 바탕으로 한 하이파이적 쾌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군계일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의 특징 정도를 비교하며 왈가왈부할 수 있는 그러한 수준이라기보다는, 정확하고도 밀도 높으며 풍부한 가능성이 담겨 있는 재생음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는 선구자로서의 모범이 담겨 있는 그러한 제품이다.
Technical Specifications
Sensitivity 86 dB (2,83 V/1 m)
IEC Power Handling 200 W
Impedance 4 Ohms
Frequency Response 40 Hz – 20 kHz (± 3 dB)
Box Principle 2-way bass-reflex
Crossover Frequency 1800 Hz
Weight 18.0 kg
Dimensions (W x H x D) 204 x 960 x 27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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