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7일 금요일

TUBE TECHNOLOGY FUSION HB70 리뷰














스트레이트한 구동력과 청량감 넘치는 음색



튜브 테크놀로지의 설립자 이자 제품 설계자인 지아 파루키(Zia Faruqi)는 88년에 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묵묵히 회사를 키워왔다는 인상을 받는다. '퓨전'이란 제품 타이틀은 아마도 진공관 솔리드를 결합시킨 컨셉으로 인해 사용된 것 같은데, 이런 컨셉은 이 회사의 전 제품에 적용되어 있다. HB70은 인티앰프이지만, 프리부와 파워부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별로 없으며 8Ω에서 70W의 출력을 낸다.

사실 필자 같이 신제품 정보에 둔감한 사람의 눈에 '튜브 테크놀러지'라는 생소한 이름이 뜨였던 시점은 상당 시간 이후의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언젠가 우연찮게 이 제품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스위치를 올린 필자로 하여금 정신이 확 들게 만들어 주었다. 종종 호들갑스러운 저널리즘의 촌스러움을 흉보곤 했는데,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때' 과연 흥분하지 않고 아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당혹스럽다.

원래 필자의 시청의지를 자극했던것은 본 앰프가 아니었고, 트랜스가 세 개씩 들어간 동사의 CD플레이어였다. 이 CDP가 눈에 들어와서 시청요청을 했다가 동일한 사이즈의 인티앰프를 같이 시청해 보라는 권유에의해 함께 들고는 왔지만, 단지 페어라는 이유일 뿐 앰프는 일단 시청권밖에 서 있었다. 하지만, CDP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맙소사... 정말이지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난 후, 앰프 역시 빨리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향후 CDP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치 '반지의 제왕' 첫 편을 보고 나온 사람처럼, 이런 제품이 있다는걸 알게 된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머리 속이 부산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참고로 필자는 시스템 변동이 별로 없는 편인데, 개인적인 음악 취향이 다소간 잡식성인점과 다양한 장르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이유가 크게 기여 하는 것 같다. 때문에 다재다능한 장르 특성을 보이면 일단 좋게 평가하는 편이다.

비즈니스의 범주에 속하는 첨견이라서 좀 그렇지만, 이곳 저곳 자료를 찾아보고 난 후 처음 생각은 수입사측에서 이 제품을 들여올 만한 배경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고 의문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혹은 본사의 홍보 활동에 다소 앞서 수입을 진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보급'시키시 위해 뒷받침될만한 요인들이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마, 그 흔한 영미 잡지에서의 수상 경력이나 특별한 리뷰 내용도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분히 짐작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갖다 붙이거나 스포츠 카와 같은 고혹적인 자태 또는 현란한 광선으로 무장한 전사와도 같은 제품들 사이에서 무모하게도 단지 소리만으로 승부를 걸고있는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진공관과 솔리드를 결합시킨 앰프




튜브 테크놀로지의 설립자이자 제품 설계자인 지아 파루키(Zia Faruqi)는 88년에 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 제품의 외관으로 볼 때나 마케팅으로 볼때 - 묵묵히 회사를 키워왔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마도 진공관과 솔리드를 결합시킨 컨셉으로 인해 '퓨전'이란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지않나 싶은데, 이런 컨셉은 이 회사의 전 제품에 적용되어 있다.

회사의 설립시기를 감안하면 향후에 많은 인기를 누렸던 하이브리드 제품들에게 소리 없이 많은 영향을 준 업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나마 얼마 전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지아'라는 브랜드를 본적이 있는데, 회사 로고만을 남기고 모든 표기조차 없앤 상태였다. 이 부분에서 대략 설립자의 철학이 짐작되는데, 침묵의 외관으로부터 다소 화려하기까지 한 사운드 성향으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드라막틱한 어떤 개성을 지향하고 있지 않나 싶다.

외관을 볼때 약간은 얕보일 만한 사이즈일 수도 있는데,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상당히 정교한 만듦새와 함께 번득이는 힘을 숨기고 있는 미니멀리즘이 뛰어난 디자인이다(모던한 공간에서 인테리어 효과를 더해줄 만하다). 제품 소개 책자의 표지에는 새틴 블랙 마감의 검은색 디자인이 나와있는데, 은색 마감도 제공된다.

전면 패널에서 특기할만한 부분은 왼쪽 패널 창 밑에 있는 셀렉터인데, 은색의 경우에만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셀렉터를 구성하고 있는 어셈블리가 전면으로 돌출 되어 있다. 그리고 위쪽에서도 볼 수 있도록 상단에 별도로 표기해 놓았다. 어딘가를 누르면 슬라이드 식으로 들어갈 것만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대단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패널 디자인이다.

뒷면에는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포함해서 채널별로 두 쌍씩의 스피커 출력단자가 좌우 대칭으로 위치하며, 그 사이에 6개의 RCA 입력을 두고 있다. 별도의 프리아웃 단자를 둔 설계가 만족스러워 보인다. 참고로 이 회사는 볼트와 너트 조임까지 수공으로 제작되며, 10년 간의 보증 기간을 두고 있다. 내부는 파워 앰프로 착각할 정도로 좌우 대칭형에 가깝게 배치한 설계인데, 토로이달형의 전원 트랜스 이외에 EI 타입의 진공관 드라이브용 트랜스와 프리용으로 보이는 로직 파워 트랜스를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인티앰프지만, 프리부와 파워부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별로 없다. 진공관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프리부의 디스크리트 회로를 거쳐(A급 증폭으로), MOS-FET을 통해 8Ω에서 70W의 출력을 가지고 있다.

적당히 하이엔드적이고 특별히 가리는 장르도 없는 편


HB70의 사운드는 진공관과 인티앰프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관을 초장부터 깨뜨린다. 대단히 스트레이트한 구동력과 청량감 넘치는 음색을 자랑하는데, 음의 입자감이 다소 부각 되지 않나 싶을 정도의 해상력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소위 입문자들의 견지에서 들으면 하이엔드를 떠올릴만한 사운드 성향을 보인다.

정명훈이 지휘한 바칼로프의 미사탱고 중에서 글로리아를 들어보면, 도입부 팀파니의 응집력이 두드러지게 돋보인다. 무조건 빈틈없이 앞을 가로막는게 아니라, 오픈된 무대의 공기감 속에 찰진 고무공 같은 느낌의 강한 탄력을 만들어준다. 음의 울림이나 확산감은 일반적인 하이엔드 파워 앰프 수준인데, 좌우 폭의 평범함 속에서 뒤로 물러서서 만들어내는 무대의 모습 또한 훌륭했다. 같은 맥락에서 게르기에프가 지휘하는 베르디의 레퀴엠 중 '진노의 날' 역시 팀파니의 울림이 사실적이어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투티에서의 분해력도 인티앰프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고 있다.

한편, 팝 계통의 장르에서는 음색에 있어서 선열함이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순간들이 있어서 입자감이 강조되어 묘사되는 부분들이 있다.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에서는 깜깜한 배경처리가 돋보이며, 킥 드럼의 쿵 소리와 함께 합주가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하이햇의 소리가 귀를 약간 자극한다. 원래 이부분의 녹음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상도가 뛰어난 앰프의 경우라고 해서 항상 귀를 자극하지는 않았다. 고역이 강조된 튜닝의 결과라기보다는 특정 대역에서의 에너지감이 강한 곡 특성이 반영된다는 생각이 든다. 대역이 고루 분포된 곡을 들어보면, 고역 쪽의 섬세한 재생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크리쉬가 지휘한 헨델의 메시아(Archiv)는 숭고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원 녹음의 청아함을 잘 살려준다. 인티 앰프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필자가 알고 있는 본 연주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 주며, 기본적으로 어느 부분이 열세라던가 부족해 보인다든가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시청한 곡 중에는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무대의 뒤 길이와 높이가 잘 느껴지며, 약간은 먼 거리에서 자리잡는 합창단의 세밀한 아로새김도 잘 느껴진다. 고역이 서로 부딪히는 느낌이나 길게 끄는 느낌 없이 살짝 사라지는 부분을 잘 표현해 준다. 해상도를 문제삼는 기종에서 종종 흐릿하게 처리되는 뒤 배경을 청량감 있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이 있다면 중역대의 선열함을 들 수 있겠다.


특히 높은 중역대의 남성 보컬에서는 특정 시스템에서는 잘 안 들리던 소리를 끄집어내서 들려줄 정도의 특성을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그룹 유투의 With or Without You 도입부 베이스는 단정하기는 하지만, 보컬인 보노의 비음섞인 축축한 음색을 가벼움 없이 잘 들려준다. 음상도 콤팩트하고 선명하다. 두께감과 해상력이 잘 겸비된 재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담이지만, 시청에 사용된 헨델의 메시아를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에 듣지 않는다고 한다. 음악가로서 영국에 귀화한 헨델이 마치 우리나라 친일파 정도의 변절자로 몰려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제품을 통해 나오는 연주를 듣는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투철해질 만한 의지를 보였을지 궁금하다. 결과적으로, 이 앰프는 적당히 하이엔드적이고 특별히 가리는 장르도 없는 편이다. 깔끔한 외모와 모던한 공간에서 하이파이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싶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제품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스테레오 뮤직 튜브 테크놀러지 HB7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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