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2일 수요일

힘사운드 Him sound B831 멋보다 맛을 우선한 힘사운드의 최신작

힘사운드(HimSound) B831 톨보이스피커 제품사양

힘사운드(HimSound) B831 톨보이스피커 제품사양

구성 :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 우퍼 20cm 아우럼칸투스 카본 샌드위치 콘,
               미드레인지 13.5cm 아우럼칸투스 카본, 폴리콘
               트위터 2.5cm 스캔스픽 실크 링 라디에이터
재생주파수대역 : 28Hz-40kHz
기울기 : 5도
출력음압레벨 : 87dB
크기(WHD) : 27 x 100 x 43cm
무게 : 49kg

힘사운드 B831에 관한 자료를 읽다가 "뚜배기보다 장 맛'이라는 문구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인기도 하지만, B831스피커를 설명하는 데에 더 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멋진 인테리어와 세련된 서빙이 동방된 고급 레스토랑 요리와 후미진 곳에 위치한데다가 분위기조차 후줄근하지만, 맛 하나로 승부하는 이른바 맛집 음식 중에 어디를 선택할까, 라는 부분이다. 간단히 줄이면 멋이냐 맛이냐 정도일텐데, 이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요리 평가 전문지인 미슐랭 가이드의 선정 기준이다. 여기를 보면 크게 맛, 종업원의 서비스, 그리고 매장 분위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즉, 아무리 맛이 뛰어나다고 해도 나머지 두 개 부분에서 평점이 나쁘면 잘해야 원 스타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역시 신화적인 쓰리 스타의 평점에 다다르기 위해선 단순히 요리사의 손맛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하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단순히 요리만 갖고 손님을 끌기는 힘들다. 역사나 전통, 명성도 중요하지만, 역시 직접 방문했을 때 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실내 인테리어와 미소를 짓게 하는 섬세한 서비스가 동반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레스토랑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하를 이루고 또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 요원들은 같은 레스토랑을 적어도 세번 방문해서 체크한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하지만 시선을 오디오 쪽으로 돌리면,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멋진 섀시를 만들거나 치장을 할 경우, 상상외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 명풍 시계에서 제일 비싼 부분이 손목을 감는 밴드이듯, 이 경우도 배보다 배곱이 더 큰 상황이 된다. 심지어 어떤 회사의 제품은 오디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섀시를 판매한다, 라는 비아냥 소리를 들을 정도니까. 그래도 오디오가 가정에서 차지하는 인테리어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에,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이런 겉치장을 일절 무시하고 오로지 음에만 몰두하는 메이커도 적지 않음을 지적해야 겠다. 앰프로 말하면 램, 서그덴 오디오, 일렉트로콤파니에 등이 떠오르는데, 한결같이 모두 소리가 좋다. 처음 외관을 보면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번이라도 음을 들으면 생각이 싹 바뀌어 버린다. 또 이런 기기들을 나름래도 운용하다 보면 디자인이나 외관과 같은 요소를 잊게 하는 묘한 매력도 있다. 전형적인 맛집 스타일의 오디오 인것이다.

여기서 필자의 취향을 소개하자면, 아무래도 멋보다는 맛이라 하겠다. 뭐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도 있지만, 요리를 먹는다거나 음악을 듣는 데에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거나 남의 눈치를 의식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거의 넥타이를 매는 일이 없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힘 사운드가 이번에 소해간 B831은, 다시 한 번 메이커의 변을 따라 '뚝배기보다 장 맛'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제품이다. 사실 이전에 리뷰한 h522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 나름대로 멋도 있었지만, 본 기는 상황이 다르다. 본격파 3웨이인 만큼, 외곤돠 커지고, 용적도 늘어난 탓에 존재감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디자인적인 요소와 결부시켜 제작하자면, 밑도 끝도 없이 시간과 경비가 들어간다. 그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감성과 실력을 총동원해서 오로지 좋은 음을 얻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본 기가 출시되기에 이른 것이다.

당초 제작자의 의도는, H 시리즈의 일환으로 3웨이 제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동사의 대표 시리즈인 만큼, 그에 합당한 유닛 선정이며, 디자인 콘셉트이며, 튜닝 과정 등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장의 상황을 아예 무시할 수 없으므로 여러 요인들을 최대한 없애가며 계산해 보니 300만원대의 가격표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일대 결단이 나온다. 그가격대의 제품은 후일로 기약하고, 지금은 더 많은 애호가들이 힘사운드의 제품을 즐기는 쪽으로 가야한다. 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그 결과 H시리즈 대신 B시리즈의 3웨이 제품이 구상되었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다. 유닛부터 밝히면, 우퍼의 경우 저역이 더 무겁고 깊게 뻗어야 한다. 미드 레인지는 모니터적인 중립적인 음보다는 밀도감과 음악성을 더 중시한다. 미드레인지는 모니터적인 중립적인 음보다는 밀도감과 음악성을 더 중시한다. 트위터는 고역 특성이 좋으면서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야 한다.

덕분에 트위터는 25mm 구경의 스캔스픽 링 라디에이터가 선정되었고, 미드레인지는 135mm 구경의 아우럼칸투스 제 카본 폴리 콘, 우퍼는 200mm 아우럼 칸투스 카본 샌드위치 콘이 각각 채택되었다. 참고로 H522의 경우도 스캔스픽&아우럼칸투스 조합으로 제작되어 상당히 좋은 하모니를 연출한 바 있으므로, 본 기 역시 이런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클로저는 너무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만들되 안길이를 깊게 하고, 배플 각도를 약 5도 정도 기울여서 타임 얼라인먼트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내부 보강재는 특성이 다른 3개의 재료로 구성해서, 공진 대책에 만반의 주의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를 보면, 저차 필터 회로가 적용되어 최대한 간섭을 피한점이 돋보이고, 내부 배선재도 고성능의 제품을 선정했다. 그리고 튜닝 기간을 되도록 오래 잡아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리 없이 커버하면서도 힘사운드 특유의 매혹적인 중역과 광대역을 추구했다.

사실 스펙을 보면, 8인치 우퍼 한 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가 나온다. 무려 28Hz가지 밑으로 뻗기 때문이다. 한편 고역은 링 라디에이터의 도움으로 40kHz까지 평탄하게 올라간다. 3웨이의 장점을 극대화한 광대역이라 하겠다. 앞서 뚝배니기 맛집이니 운운하며 본기의 외관을 약간 꼬집었지만, 실물은 그다지 참단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에는 부빙가 펄 마감으로 시청해서 약간 칙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체리 펄을 선택할 경우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꽤 좋은 인상을 줄 것 같다. 본 기는 87dB의 감도를 가진 본격파 3웨이 제품이므로, 250W의 대출력 파워 앰프가 제공되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니슨 리서치의 P70이라는 인티앰프로도 충분히 구동이 되었다.

첫 곡은 그리모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일단 힘이 좋다. 앰프와 궁합이 좋아서 중저역이 단단하고, 뭉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직구 일변도 스타일의 투구는 아니고, 적절한 변화구도 들어 있다. 아무래도 여성 연주자의 음반인 만큼, 힘만 갖고 표현할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엘레강스한 맛이 잘 살아야 한다. 이 점에서 참 눈부신 성과를 이루고 있다. 유려하면서 기품 있게 프레이징 하는데, 잔향까지 잘 살아서 실재감이 대단하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일사분란하게 움지이면서 중간중간 브라스군이 출몰하는 대목이 적절하다. 뉘상스도 좋아서 피아노와 좋은 짝을 이루고 있다.

게리코 리의 'Night & Day'는, 역시 더블 베이스의 탄력과 양감이 뛰어나 리듬감이 좋고, 약간 허스키하면서 섹시한 톤의 보컬도 강하게 이족으로 전달되고 있다. 3관 편성의 브라스가 들려주는 백업이 적절하게 포착되고, 브러시와 스틱을 번갈아 사용하는 드러머의 솜씨도 눈부시다. 중간의 간략한 트럼펫 솔로는 강렬하면서도 거칠지 않다. 재즈의 맛을 충분히 담고 있는 재생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씬 리지의 'Jailbreak'. 강력한 기타 음으로 시작하는 라이브에 열띤 관중의 함성이 어우러진데다가 신명나게 두드리는 드럼이 더해져서, 과연 라이브 현장에 온 듯하다. 록에서 요구되는 피가 끓는 듯한 에너지가 잘 표현되지만, 한편으로 보컬이 갖는 우수한 서정성도 놓치지 않는다. 이 정도 퀄리티면 가격표를 훨씬 상회하는 실력으로, 힘사운드라는 맛집의 대표 메뉴로 내놔도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월간 Audio 2010.5 글.이종학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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