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CM5
이 작은 사이즈에 담긴 B&W의 놀라운 내공
B&W CM5 북셀프 스피커 제품사양
- 구성 : 2웨이 2스피커
-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 사용유닛 : 우퍼 16.5cm, 트위터 2.5cm
- 재생주파수대역 : 45Hz-50kHz(-6dB)
- 주파수응답 : 52Hz-22kHz(±3dB)
- 크로스오버주파수 : 4kHz
- 임피던스 : 8Ω
- 출력음압레벨 : 88dB/2.83V/m
- 권장앰프 출력 : 30-120w
- 크기(WHD) : 20 x 34 x 28cm
- 무게 : 8.9kg
뮌헨의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갔을 때 일이다. 1층 로비의 널찍한 곳에 자리 잡은 악단의 흥겨운 모습부터 천장에 네임 오디오에서 띄운 애드벌룬을 보고 감격한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부스가 보였다.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재규어 승용차 때문이다. 아마 그 옆에서 안내를 하는 여성의 환상적인 미모에 더욱 호기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취재를 하는 와중에 자주 로비를 지나다녔는데, 이상하게도 재규어 쪽에 갈 기회가 없었다. 그냥 멀리서 눈길만 보낼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벽에 걸린 포스터를 보니 'Bowers & Wilkins'라는 익숙한 마크가 보였다. 아, 이 회사에서 재규어와 만나 뭔가 재미있는 일을 벌였구나, 퍼뜩 감이 았다ㅏ.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후 시간을 내서 부스를 방문했다. 그 예쁜 여성이 웃으며 문으 열어줬다. 문득 도어 안족에 눈에 띄는 노란색 원이 보였다. B&W 특유의 케블라 유닛이다. 왠지 반갑다.
[B&W] CM5 북셀프스피커 케블라 유닛
이윽고 이런 저런 헤드 유닛을 조작하고, 음을 만끽했는데, 다소 시끄러운 전시장인데다가 승용차 자체도 오픈 카 형태여서 좀 어수선하긴 했지만, 쏙 귀에 음이 들어왔다.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니, B&W를 대표하는 노틸러스 800 시리즈를 기획한 기술 팀에서 특별히 튜닝했다고 한다. 이 팀은 최근에 비틀스나 핑크 플로이드 녹음으로 유명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800 시리즈를 납품하면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한편 B&W는 매주 BBC에서 열리는 콘서트에도 모니터용 스피커를 납품했다. 이 콘서트는 영국 전역으로 중계되어 많은 애호가를 거느릴 만큼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 뒤에 'B&W, 애비 로드 스튜디오, BBC, 그리고 재규어' 참 꿈과 같은 라인업이 아닐까?
오디오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다. 성인 남자의 장난감도 더욱 아니다. 이런 것들엔 꿈이 없다. 예술성이 있을 리 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B&W 제품들은, 설령 그것이 저가의 북셀프 스피커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묘한 아우라를 갖기 마련이다. 기계 복제 시대에 사는 우리로서, 이런 경험은 참 드문 경우에 속한다.
그래서 같은 아이팟 베이스의 제품이면서 제플린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지도 모르겠고, 오로지 카 오디오를 디자인했다는 이유로 재규어가 멋들어진 드림 카가 되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잠시 시승했을 뿐이지만, 재규어 안에서 들리던 음을 기억한다. 가볍게 이탈하는 음에 실린 풍요롭고, 따스한 질감. 만일 007영화 속이라면 본드 형님은 그대로 엑셀을 밝아서 전시장 창문을 뚫고 달아날 것이다. 불행히도 필자는 본드가 아니려니와 운전조차도 못하니 그냥 귀에 좋은 추억을 담을 뿐이다. 그래도 기쁘다.
[B&W]CM5 북셀프스피커
이번에 소개할 CM5는 지난 호에 소개한 CM1의 형님뻘이다. 워낙 CM1에 대한 인상이 좋았으므로, 자연스럽게 이 기기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는데, 북셀프 형으로는 이 제품이 CM 시리즈에서 제일 크다. 그래봤자 어지간한 대형기에 육박하는 다른 회사의 하이엔드급 북셀프에 비교하면 약소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디 B&W가 대충 대충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인가?
더구나 단품이 아닌 시리즈로 기획했다면, 뭔가 단단히 마음먹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야심이나 의도가 충분히 느껴질 만큼, 본 기가 내뿜는 포스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외관을 보면 CM1보다 조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전면에 부착된 두 개의 유닛 주변에 알루미늄으로 트림이 되어 있는데, 이는 음향학적인 고려이지만, 디자인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그릴을 부착하기 위한 구멍이 뚫려 있지 않아 매끈하게 처리된 프런트 패널도 보기에 좋다. 참고로 그릴은 자석을 이용해 부착한다. 들을 때엔 아무래도 그릴을 떼어놓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으니 말이다.
[B&W]CM5 북셀프스피커 트위터 유닛
유닛 구성을 보면 이른바 육반이라고 부르는 6.5인치(165mm)케블라 미드베이스와 1인치 알루미늄 콘으로 이뤄져있다. 케블라라는 재질은 B&W를 상징하는 멤브레인이므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한데, 트위터의 구성이 재미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프런트 패널에 유닛을 붙인 것 같지만, 실은 뒤에 달느 노틸러스 시리즈처럼 감쇄기를 달았다. 즉, 뒤로 가면서 구경이 작아져서 자연스럽게 소리를 죽이는 일종의 소음기를 연결한 것이다. 이 가격대의 포름으로는 상당한 배려라 하겠다.
[B&W]CM5 북셀프스피커 뒷면 모습
한편 뒷면을 보면 위에 포트가 있고, 아래는 바이어와이어링 대응의 스피커 터미널 단자부가 있다. 포트는 옆에서 보면 일종의 확성기 구조로 되어 있는 바, 개구부로 갈수록 구경이 커지는 형태다. 즉, 이 작은 인클로저에서 최대한 용이하게 저역을 배출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부는 격자 구조의 매트릭스 형태다.
[B&W]CM5와 CM1 크기 비교-우측이 CM5
CM5는 사이즈답지 않게 저역이 45Hz까지 내려갈 뿐 아니라, 고역은 약 50kHz 가까이 치솟는다. 말하자면 육반짜리 비드베이스가 대부분의 음성 신호를 커버하고, 트위터는 일종의 슈퍼 트위터 역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유닛의 이음새가 매끈하다. 과연 최소한의 소자만 사용한 크로스오버의 역활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한데,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펙에 맞게 유닛을 제작할 수 있는 B&W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대목이다.
아무튼 이렇게 인클로저 사이즈가 커지고, 포트가 커지면 당연히 감도도 좋아진다. CM5는 88dB 정도의 수치를 갖는데, 이럴 경우 30~120W의 출력을 갖는 앰프와 좋은 상성을 보인다. 말하자면 EL34 정도를 출력관으로 쓴 진공관 파워도 좋고, 영국제 인티앰프와도 멋진 궁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양질의 스탠드는 필수. 그럴 경우, 스피커 주위로 자연스럽게 음장이 형성되며, 놀라운 저역 재생력으로 또 한 번 놀라게 할 것이다 .
CM5의 시청을 위해 동한 기기는 필자의 애장기로 자리 잡은 오디오아날로그의 로시니와 베르디 콤비다. 이 일렉트로닉스가 내는 고품위하고, 상쾌한 재생음은 본 기와 더 없는 하모니를 이루며 수준 높은 재생음의 경지를 들려준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행복한 랑데부인 것이다.
오디오아날로그(Audio Analogue)는 이탈리아의 앰프 메이커로 슬림라인의 외형과 자국의 유명한 아티스트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함으로써 친근감을 부각시키고, 활발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오디오 파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오디오아날로그는 최근에 슬림라인의 제품을 탈피 Maestro와 같은 거함급 제품을 내놓으므로써 하이엔드로의 도약도 시도하고 있다.
[Audio Analogue]오디오아날로그 베르디 Verdi Settanta 인티앰프
출력 : 70W/8Ω, 100W/4Ω
노이즈 레벨 : 2
라인스테이지 게인 : 12dB
파워앰프 ㅔ인 : 26dB
포노 게인 : 40dB(MM), 60dB(MM)
라인 입력 임피던스 : 47kΩ
포노 입력 임피던스 : 47kΩ(MM), 100Ω(MC)
크기(WHD) : 445 x 85 x 405mm
무게 : 10.9kg
[Audio Analogue]오디오아날로그 로시니 Rossini 시디플레이어
주파수 반응 : 20Hz~20kHz +0/-1dB
출력 레벨 : 2Vrms
진공관 : 6922 삼극관
디스플레이 : PLED dot-matrix
리모콘 : 지원
크기(WHD) : 445 x 85 x 385mm
무게 : 10.9kg
첫 곡은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멘델스 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일단 탄탄한 저역을 바탕으로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힘차게 뻗어 나오는 가운데, 에너지가 충만한 바이올린이 춤추듯 흐른다. 일단 골격이 튼실하고, 해상력도 빼어날 뿐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 역시 육반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라고 할까, 음성 신호에 일체의 단라이나 이음새를 느낄 수 없다.
이어지는 매들린 페이루의 'Instead'. 역시 더블베이스가 밑으로 쭉 뻗는 가운데, 슬라이드 기타의 두툼하면서 거친 톤이 기분 좋게 재생된다. 그리고 페이루가 노래할 때의 느낌이란 정말로 묘한 정취가 있다. 다소 애수를 띤 듯, 지난 세기의 로맨티시즘을 간직한 듯한 보컬에는 넋으 잃고 빠져 들어가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경쾌한 리듬감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전개되는 모습이 참 진솔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데이빗 보위의 'Soul Love'. 킥 드럼과 스네어의 림을 강타하는 대목이 섬뜩하리만치 강력하게 공간을 가르고, 왼쪽 채널에 위치한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은 기분을 잔뜩 고양시킨다. 당시 외계인의 위치에 있었던 보위의 음성은 놀랄 만치 리얼하게 다가오는데, 역시 중역을 바탕으로 한 튜닝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개재하는 브라스군의 돌출이나 봉고의 등장 등 세밀한 부분을 일체 놓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호방한 음이 나와 눈을 감고 있으면 3웨이 스피커를 듣는 듯 하다.
매트릭스 구조, 케블라, 노틸러스 등 차례로 기술전 진화를 이룩한 B&W의 내공은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를 몇 단계 높은 수준으로 가볍게 끌어올리는 모양이다. 매칭되는 케이블이나 스탠드의 선택 또 정확한 위치 조정 등 계속 손을 보면 볼수록 음질이 비약적으로 향상할 만큼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 제품이라고 하겠다.
-월간 Audio 09/06 발췌 : 글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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