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와 온화함의 긴박한 조화 Cayin(케인) A-88T SE 진공관 인티앰프
본격 오디오에 첫발을 떼었던 1980년대 초반 당시 필자의 소망은 진공관 앰프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충무로 거리에 도열해 있었던 오디오 상점들의 쇼윈도를 장식했던 진공관 앰프들 가운데 당시 대학생이었던 필자가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요즘에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물건들이지만, 매킨토시의 MC60ㆍMC275ㆍC20, 마란츠의 #7ㆍ8Bㆍ9 등과 같은 당대 최고의 앰프들이 쇼윈도의 정중앙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진공관 앰프라면 지금도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혹 중급기종이 등장해도, 가격이 적당하면 음향의 완성도를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고, 음향이 뛰어나면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는 골칫거리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디자인 문제까지 거론한다면 이야기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뛰어난 디자인에 음향의 완성도도 높고, 가격까지 적당한 진공관 앰프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독일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케인 오디오는 바로 ‘진공관 앰프 = 하이엔드’라는 등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회사이다.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애호가들도 크게 무리하지 않고 구매 물망에 올릴 수 있는 앰프들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진공관 앰프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케인 오디오인 것이다. 860 모노 파워 앰프ㆍA-50T 인티앰프(이상 EL34), 860 모노 파워 앰프(6550), A-70TㆍA-88T 인티앰프(이상 KT88), 그리고 최근 A-300P 인티앰프(300B) 등이 케인 오디오에서 현재 내놓고 있는 진공관 앰프 라인업의 일부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A88T SE 2007 또한 케인 오디오가 그 동안 추구해 온 진공관 앰프의 대중화라는 이념에 충실한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A88T SE 2007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반 애호가들에게 KT88 특유의 장중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여기에 하이엔드 앰프를 방불케 하는 견고함과 미려함을 담은 세련된 디자인과 음향의 완성도까지 수렴하고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88T SE 2007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바로 이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200만원대 초반이라는 가격으로 인하여, 진공관 앰프를 시작하려는 애호가들을 위한 입문기종으로 이 앰프를 억지춘향으로 분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상황에서는 인티그레이티드라는 앰프 형식도 A88T SE 2007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라고 하기 힘들다. 저렴한 가격 자체를 문제 삼을 경우,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장점, 그러니까 음향의 통일성과 사용상의 편의성이라는 이점보다는 비용 절감이라는 단점이 부각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 오디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처럼 억울한 일도 없으리라.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입장도 별로 다르지 않은데, 그 이유는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만을 거론할 일이 아니라, 웬만한 규모의 플로어형 스피커를 여유 있게 울릴 수 있는 안정성, 구동력, 절제력, 다이내믹 레인지 등을 갖추고 있는 앰프가 A88T SE 2007이기 때문이다.
A88T SE 2007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200만원대 초반의 앰프라고 상상하기 힘든, 안정감과 견고함을 아우르는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이다. 수입사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최첨단 금속 가공 장치를 사용하여 고정밀도로 알루미늄 절삭 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지의 유수한 진공관 메이커에 트랜스포머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회사의 금속 가공 기술 수준을 집약하고 있는 앰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A88T SE 2007은 안정성ㆍ견고함ㆍ미려함이 공존하는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앰프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바로 KT88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음향을 연출하는 케인 오디오의 확고한 음향 철학이다. 경제성을 따지는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KT88 특유의 장중한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르지만, A88T SE 2007D에서 필자가 특필하고자 하는 것은 KT88의 고유 특성에 적절한 변형을 가한 독자적인 음향이다. 그러니까 KT88 특유의 장대한 스케일, 육중한 중량감, 자연스러운 공간감 등과 같은 특성들을 절묘하게 변형하여, 청명함과 온화함 사이의 깔끔한 조화를 이끌어 내는 산뜻한 공간감, 육중함과 절제력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연출하는 정연한 저음역, 음악의 표정을 명쾌하고 예리하게 포착하는 중음역, 시원스럽게 정상까지 치솟지만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는 시원한 고음역 등을 긴박하게 통합하는 현대 음향이 A88T SE 2007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독일제 기기라는 점에 착목하고 보면, 베이스ㆍ턴테이블ㆍ톤암ㆍ카트리지ㆍ포노EQ 등을 일체화한 EMT의 아날로그 시스템이 연출하는 강력함과 유연함을 겸비한 관능미를 연상케 하는 음향이 A88T SE 2007에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 앰프에서 다음으로 언급해야 할 것은 리모트 컨트롤을 이용하여 KT88의 증폭모드를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단 드라이브단에는 영국 골든드래곤 6SN7/6SL7 선별관을 사용하고 출력관에는 GEC 골드라이온 진공관을 기초로 하여 복각한 KT88 두 개를 AB1급 방식으로 푸시풀 증폭하여 울트라리니어 모드에서 채널당 50W, 3극 접속 모드에서는 채널당 25W 출력을 이끌어 내고 있는 A88T SE 2007은 앰프 전면 패널 오른쪽에 스위치를 조작하거나 리모트 컨트롤로 이들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울트라리니어 모드와 3극 접속 모드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경우 나타나는 음향의 차이점일 것이다. 필자의 시청 결과를 요약하면, 출력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 두 모드는 다이내믹 레인지, 스케일, 중량감 등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음량의 고하(高下) 이상의 특성 변화를 드러내고 있었다. 음향이 다소 경질로 흐르는 경향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울트라리니어 모드는 한층 넓고 깊은 음향 무대, 낙차가 큰 다이내믹, 청명한 여운과 색채 표현 등을 원하는 애호가가 선택하면 좋을 것 같고, 발성과 표현의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3극 접속 모드는 A88T SE 2007 특유의 시원스러운 발성 속에 집중력과 밀도가 높은 차분한 음향을 원하는 애호가를 위한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앰프에서 지적해 둘 것은 빈티지 모델에서 최신 기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도록 4, 8, 16Ω 등으로 다양한 임피던스 단자를 구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A88T SE 2007을 전용 파워 앰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리앰프 입력 단자를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쯤 되면 A88T SE 2007은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출처 : 킹사운드 (http://www.kingsound.co.kr/file/link/goods8682.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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